옥타곤 위에서 한바탕 ‘격투 대결’을 예고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얼굴을 마주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격투복이 아닌 양복을 입고 미국 의회에서 주최한 회의에서 만나 인공지능(AI) 규제 방향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두 CEO는 이날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비공개로 개최한 ‘AI 인사이트 포럼’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사티아 나델라 MS CEO 등 다른 빅테크 대표들도 참석했다.
머스크와 저커버그는 SNS에서 ‘현피'(현실에서 만나 싸움을 벌인다는 뜻의 은어) 설전 이후 처음으로 조우한 것이다. 이날 회의장 중앙의 긴 테이블에는 20여 명의 테크 리더들, 정부 관계자들로 북적였는데 머스크 CEO와 저커버그 CEO는 단상 반대편 끝에 멀리 떨어져 앉았다. WP는 이번 회의를 두고 “테크 총수들을 한자리에 모은 전례 없는 회의”라고 평가했다.
하나의 목소리 낸 머스크와 저커버그 “AI 규제 부서 있어야”
머스크는 이날 회의에서 “(AI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문명에 대한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며 “AI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AI 규제를 위한 연방 정부 차원의 AI 담당 부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머스크는 “AI가 잘못될 경우 결과는 심각하기 때문에 사후 대응이 아닌 사전 대응을 해야 한다”며 연방 AI 담당 부서가 연방항공청(FAA)이나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유사하게 운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대해서는 “강력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며 “문명의 미래에 중요하게 역사에 기록될 수 있는 회의였다”고 덧붙였다.
저커버그도 정부 개입을 통해 규제 도입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그는 “AI는 새롭게 떠오르는 기술로, 기술 발전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궁극적으로 정부에도 책임이 있을 것”이라며 “미국만의 (규제) 표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I의 폐해는 심각할 수 있기 때문에 사후 대응보다는 사전 대응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저커버그는 AI 가능성을 구현하고 이를 막는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2가지로 ‘보안’과 ‘접근성’을 꼽았다.
메타는 그동안 AI의 기반이 되는 대형 언어 모델의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공개하는 등 AI 기술 접근성을 높이는데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이는 API 공개로 더 많은 기업이 자사 AI 모델을 활용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자사 AI 기술을 적용한 신규 서비스를 늘려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오픈AI 등 AI 기술 개발 기업들이 앞다퉈 신규서비스를 공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 같은 오픈소스 기술이 악의적인 행위자의 손에 넘어가거나, 기술이 무책임하게 쓰여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한편, 슈머 원내대표에 따르면 그는 정부가 AI를 규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지 물었고, 참석한 모든 사람이 손을 들었다. 슈머 원내 대표는 몇 달 안에 법안 통과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회의는 긴장감이 있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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