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그룹 불법 대북송금’ 의혹 관련 뇌물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9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마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범죄를 조작해 보겠다는 정치 검찰에 연민을 느낀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조사 내내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한 채 진술서로 갈음하는 등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고, 조셔 열람 때도 자신의 진술이 누락됐다고 억지를 부린 뒤 조서에 서명날인도 없이 일방적으로 퇴실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 “범죄 조작 검찰에 연민… 청산돼야 할 악습”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된 이 대표에 대한 조사는 이 대표가 건강상의 이유로 조사 중단을 요청하며 8시간 만인 오후 6시30분께 종료됐다. 이후 오후 7시부터 2시간30분가량 조서를 열람한 이 대표는 오후 9시44분께 청사를 빠져나왔다.
이 대표는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에게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내용으로 범죄를 조작해 보겠다는 정치 검찰에 연민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예상했던 대로 증거라고는 단 하나도 제시받지 못했다. 그저 전해 들었다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말이나 아무런 근거가 되지 않는 정황, 아무 관계 없는 도정 관련 얘기로 이 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또 이 대표는 “검찰 권력을 사유화해서 정적을 제거하고 범죄를 조작하는 이런 행태야말로 반드시 청산돼야 할 악습”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검찰의 12일 출석 요구에 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무소불위 검찰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할 수밖에 없는 패자 아니겠느냐”라며 “오늘 조사를 다 못했다고 또 소환하겠다고 하니까 날짜를 협의해 다섯 번째든 여섯 번째든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檢 “구체적 진술 거부로 조사 차질 빚어… 조서에 서명도 안 해”
수원지검은 입장문을 통해 이 대표가 조사 내내 비협조적이었다고 밝혔다.
수원지검은 “이재명 대표 측은 금일 출석 전 오후 9시 이후 심야조사를 포함 종일 조사를 사전에 약속했고, 수원지검은 금일 피의자의 건강상태를 감안해 필요최소한도로 조사를 진행했다”라며 “그러나 이 대표는 조사 내내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한 채 진술서로 갈음한다거나, 질문과 무관한 반복적이고 장황한 답변, 말꼬리 잡기 답변으로 일관하는 등 조사에 협조하지 않아 조사에 차질을 빚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 조서 열람 도중 자신의 진술이 누락됐다고 억지를 부리고, 정작 어느 부분이 누락됐는지에 대해서는 대답하지도 않은 채 조서에 서명날인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퇴실했다”고 밝혔다.
12일 2차 소환조사 일정 역시 이 대표 측이 먼저 제안했다고 말했다.
수원지검은 “이 대표 측은 조사 도중 금일 오후 6시까지만 조사를 받게 해주면 12일 다시 출석하겠다고 먼저 요구해 검찰에서 수용했다”고 밝혔다.
수원지검은 “이 대표는 이전에도 계속 12일 출석하겠다고 했음에도 입장을 번복해 재출석일자를 정하지 않겠다고 했다”라며 “민주당 측에서 사실과 달리 검찰에 조사지연의 책임을 떠넘기며 검찰에서 먼저 한차례 더 출석요구를 했다고 왜곡해 비난하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라며 “수원지검은 출석요구한 12일 이 대표에 대한 나머지 피의자 조사를 종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사 2시간 마다 20분 휴식… 의료진·구급차 대기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이 대표에 대한 조사를 시작해 오후 6시30분께 마무리했다. 애초 150쪽 분량의 질문을 준비했던 검찰은 이 대표가 단식 중인 점 등을 고려해 준비한 질문 중 핵심 내용만 추려서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는 2시간 조사마다 20분 휴식을 반복하며 진행됐고, 오전 조사 이후에는 40분 정도 휴식시간을 가진 뒤 다시 오후 1시께 조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단식 10일 차를 맞은 이 대표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조사가 진행되는 청사 15층에 의료진을 대기시킨 상태에서 조사를 진행했다. 청사 앞에는 구급차도 배치됐다.
이 대표에 대한 조사에는 수원지검 형사6부 소속 송민경 부부장검사(43·사법연수원 37기)와 박상용 검사(42·38기)가 투입됐다. 광주고검장, 법무연수원장 출신의 박균택 변호사(21기)가 이 대표의 변호인으로 조사에 참여했다.
이 대표는 기존 검찰 조사 때와는 달리 이날 일부 질문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특히 대북송금과 관련된 제3자 뇌물 혐의와 관련해 비교적 상세하게 자신의 입장을 진술했다고 한다. 특정 질문에 대해서는 A4 용지 두 장 분량 정도의 답변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이날 검찰 조사가 시작된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A4 용지 8쪽 분량의 진술서를 공개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정작 중요한 질문에는 질문서로 답변을 갈음하거나, 대답하지 않으면서 질문과 무관한 반복적이고 장황한 답변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조사 전 입장 발표… 조사 시작 후 진술서 SNS에 공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15분쯤 수원지검에 도착해 조사실로 올라가기 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곧 국가이고, 국민 주권을 부정하는 세력이야말로 반국가 세력”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주의 민생파괴, 평화파괴 행위에 대해서 국민 주권을 부정하는 국정 행위에 대해서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정 방향을 전면 전환하고 내각 총사퇴로 국정을 쇄신해야 한다”며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다. 권력이 강하고 영원할 것 같지만, 그것도 역시 잠시일 뿐이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권은 반드시 심판받았다는 것이 역사고 진리다. 정치 검찰을 동원해 사실을 조작·왜곡하더라도 진실을 영원히 가둘 수 없다”고 말했다.
준비한 입장문을 낭독한 뒤 이 대표는 ‘대북송금과 관련해 보고받았느냐’ 등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조사실로 올라갔다.
이 대표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뒤 그의 SNS를 통해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 내용이 공개됐다.
진술서에서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당시 북측과 인도적 차원의 지원·교류 사업을 시도한 바는 있으나, 이와 관련해 어떠한 명목이든 간에 대한민국의 법률과 유엔제재에 어긋나는 금품을 북측에 제공하거나, 제공하도록 부탁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또 그는 “나아가 소위 쌍방울그룹 관계자로부터 직·간접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받은 적도 없을 뿐 아니라, 북측을 비롯한 누구에게도 금품이나 이익을 제공하도록 지시, 권유, 부탁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검찰의 쌍방울 관련 수사가 이재명의 ‘변호사비 대납’ 사건에서 ‘방북비 대납’으로 바뀌었다”라며 “쌍방울에 스마트팜이든 방북이든 북측에 돈을 지급해달라고 어떠한 요청도 한 바 없을 뿐 아니라, 경기도나 이재명은 북측에 800만달러, 100억원이나 되는 돈을 줄 의무도 이유도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자신의 진술을 재번복한 사실을 언급하며 “궁박한 상태에서 한 김성태와 이화영의 진술은 일관성이 없고 신빙성 또한 없다”라며 “이화영이 검찰에서 어떤 진술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방북비용 대납을 승인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만약 그에 부합하는 이화영의 진술이 있다면 그것은 허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화영의 허위 진술은 검찰과 김성태 일당의 부당한 압박과 회유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화영, 변호사 교체된 뒤 “이재명에 보고” 진술 뒤집어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은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2019년 이 전 경기도 부지사의 요청으로 경기도가 냈어야 할 북한 스마트팜 조성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와 당시 북측이 요구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보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당시 쌍방울의 대납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최근 이 대표를 제3자뇌물 혐의로 입건했다.
김 전 회장으로부터 뇌물 및 정치자금 등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전면 부인해오다가 지난 6월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에 경기도지사 방북 추진을 요청했다”고 일부 진술을 번복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이 신뢰를 표한 변호사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교체되고 과거 이 대표 캠프에서 활동했던 민주당 측 변호사가 선임된 이후 최근 다시 진술을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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