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적하지 않은 지하철보다는 자전거가 훨씬 낫다.”
더럽고 역겨운 냄새가 나는 지하철을 피해 자전거를 타는 프랑스 파리 시민들이 늘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8일(현지시각) “일부 파리 시민에게 수도에서 지하철을 타는 건 극복할 수 없는 시련이 돼 버렸다”며 지하철 대신 자전거를 택한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직장인 장(32)은 “지하철 안에서 다른 사람들 틈에 끼어 있는 게 너무 싫다”며 “가끔 비가 오거나 길이 막히고 신호등에 걸리긴 하지만, 경치도 볼 수 있고 바깥 공기도 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파리 대중교통을 매일 이용한다는 앤 마리(가명·53)는 “지하철이 얼마나 더러운지 깨달았다. 좌석에 오물이 묻어 있고 플랫폼에선 가끔 참을 수 없는 냄새가 나 역겨웠다”며 이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폴린(29)은 지하철이 “성적 불쾌감이나 불안감이 뒤섞인 장소”라고 말했다.
매체는 파리 시민들이 지하철을 멀리하게 된 계기로 2019년 말∼2020년 초 벌어진 파리교통공사(RATP) 직원들의 대규모 파업을 언급했다.
당시 약 두 달간 파리를 비롯한 수도권의 대중교통이 모두 끊겼고 사람들은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뚜벅이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기간 언론보도를 종합해보면 파리 근교 등 수도권을 오가는 열차의 경우 현재 평상시의 3분의 1만 정도만 운행 중이며, 다른 지역도 열차 운행편수가 4분의 1~2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이후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해 시민들은 공기 순환이 잘 안 되는 밀폐된 지하철을 더 멀리하게 됐다.
수도권 대중교통을 관할하는 일드프랑스 모빌리테에 따르면 파리 지하철은 2019년의 승객 수치를 회복하지 못하고 90% 선에 머물러 있다.
파리 지하철을 둘러싼 불만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프랑스 파리 지하철교통공사(RATP)가 실내 공기 오염 수준을 승객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한 시민단체는 RAPT가 역내 오염 수준을 축소 보고해 승객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고발했다.
레스피르는 RATP가 지난 20년 동안 지하철과 급행전철(RER)을 탈 때 노출되는 공기 오염 수준을 알고도 수백만 명에 달하는 승객에게 안내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보다 앞서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은 지난해 6월 지하철 내부에서 검출된 독성 미세 입자 물질 수준이 외부보다 3배 더 높다는 결론을 내린 적도 있다.
당시 조사는 전체 309개 역 중 RER A선의 오베르, 지하철 1호선의 프랑클랭 루즈벨트, 지하철 4호선의 샤틀레 등 3개 역에서만 이뤄졌다.
이후 RATP는 지하철 내부의 대기질 개선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성능 팬 설치 및 전기 브레이크 도입 등 공기 오염을 줄이기 위한 계획은 언급했다.
RATP는 지하철 선로의 자갈에 입자 발산을 막는 고정체를 뿌리는 실험도 시작했다. 르파리지앵은 이 기술이 한국의 서울 지하철을 위해 개발된 것이라고 소개하며, 한 분기 동안 지하철 5호선 캉포포미오 역에서 실험한 결과 미세먼지(PM10) 수치가 75%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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