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의 현금 수거책 역할을 한 고등학생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9일 뉴스1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4단독(판사 김동진)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국 국적의 김모씨(18)에게 벌금 290만원을 선고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현금 수거책’ 역할을 제안받은 김씨는 이들과 공모해 피해자 A씨에게 현금 약 600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3월27일쯤 이들 조직은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잡혔어요, 아빠”라고 말하며 A씨의 딸이 납치된 것처럼 행세했다. 딸의 번호로 변작해 전화를 거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들은 A씨에게 “얼마까지 돈을 준비할 수 있냐”며 “은행에 가서 돈을 찾고 있으면 사람을 보낼 테니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김씨는 같은 날 오후 5시5분쯤 서울 구로구의 한 백화점 매장 앞에서 A씨를 만나 현금 600만원을 전달받았다. 김씨는 사건 발생 현장에서 경찰에 현행범 체포됐다.
법정에 선 김씨는 “사건 행위를 아르바이트로 한 사실은 있지만 보이스피싱 범행의 고의는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자신이 저지른 이 사건 행위가 비정상적이거나 불법적인 행위라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한 가운데 사건 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상대로 행해지는 보이스피싱의 사회적 폐해에 비추어 원칙상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씨가 △만 18세의 고등학생으로 사회 경험이 미숙한 점 △초범이고 피해액이 바로 회복된 점 △고등학생 신분으로 범죄와 연루됐다는 충격으로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과도하게 긴장한 나머지 검사의 구형을 듣고 실신하는 등 딱한 사정이 있다”며 “엄중한 형사처벌이 내려지는 경우 국내 체류 허가를 받지 못하게 되는 등의 후속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이 있어 연령과 환경 등에 비추어 다소 가혹해 보인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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