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밥 맛있습니다.” 7일 한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에서 전신에 문신을 한 젊은 남성이 웃통을 벗은 채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감옥을 다녀왔다는 남자는 방송을 진행하면서 교도소 생활을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그는 “요즘 감옥 안에 밥 괜찮다. 교도소 안도 사람 사는 곳이라 다 똑같다”며 “돈 많은 사람이 약도 잘 사서 안 아프고 맛있는 것도 자주 사 먹는 건 밖이랑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건달 생활을 했다는 남자 4명이 모여 조직 생활을 과시하는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 마약류 약물에 취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가 보행자를 뇌사 상태에 빠트린 일명 ‘롤스로이스남’ 신모씨(27)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1억원이 넘는 돈다발을 발견했다. 검찰은 신씨가 검찰은 신씨가 20·30대가 주축인 모임에서 활동하며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다수의 불법 사업을 한 것으로 보고 여죄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SNS를 중심으로 자신의 재력과 전신 문신 등 거친 행동을 과시하는 20~30대들이 모임을 꾸리고 조폭 행세를 하는 상황이 빈발하고 있다. 조직적으로 음지의 상권을 관리하며 폭력 행위를 기반으로 이권 다툼을 하는 전통적 조폭과는 다른 행태지만,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등 온라인을 주무대로 범죄를 일삼고 세를 불리려는 이들이 늘어나자 수사기관에서도 이들을 ‘MZ조폭’이라고 부르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찰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이러한 MZ조폭은 온라인을 통해 조직을 관리하고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주요 수익원도 가상화폐 및 주식 리딩방, 온라인 도박, 보이스피싱 등 온라인 중심이다. 실제 최근 부산에서 검거된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은 20대 총책 A씨를 중심으로 SNS만을 이용해 사이트를 관리했다. 이렇게 거둔 4000억원의 불법 수익으로 A씨 등은 가상화폐로 자금을 세탁하고 부를 과시하는 용도에 썼다. 경찰 관계자는 “조직원들끼리 사이트 관리를 위해 연락을 주고받을 때도 철저하게 SNS만을 이용했고, 불법 수익으로 람보르기니와 해운대 엘시티를 구입하는 등 호화 생활을 누렸다”고 말했다.
이들은 소규모 모임을 중심으로 수시로 SNS를 통해 연계해 불법행위를 하는 ‘점조직’과 같은 형태를 보여 얼마나 활동하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어렵다. 기존 전통적 폭력조직의 경우 경찰이 조직원 명단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는데, MZ조폭들은 기존 폭력조직에 활동하지 않는 이상 포함되지 않는다. 수사기관으로선 관리가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롤스로이스남’ 신씨도 이 명단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도권 한 경찰서 형사과장은 “롤스로이스남과 같은 MZ조폭들은 과거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모여들어 다른 조직을 배척한 조폭과는 다르다”며 “3~4명씩 사람을 이끄는 총판들이 특정한 목적을 갖고 한데 모이는 방식의 형태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특히 자신의 행적을 숨기기는커녕 온라인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린다. SNS에 재력을 과시하는 사진이나 영상을 올린 뒤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달라’는 글을 올려놓는다. 자발적으로 연락해 온 이들을 포섭해 세를 불리는 방식이다. 문신·도박 등으로 청소년들을 현혹시키기도 한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무차별적으로 MZ조폭들이 유튜브, SNS 등에서 무용담을 과시해 청소년들이 나쁜 영향력을 받고 있다”며 “분별력이 떨어지는 청소년들은 이를 추종해 MZ조폭의 일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MZ조폭의 세력이 더 커지기 전 빠르게 단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승 연구위원은 “MZ조폭이 되는 루트를 정확히 파악해 세가 불어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MZ조폭의 SNS 활동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SNS를 통해 연대하는 행위와 이들이 주도하는 불법행위를 적극적으로 단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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