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딸을 강제로 추행해 죽음으로 내몬 50대가 항소심에서 딸의 과거 정신 병력을 이유로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며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다.
지난 5일 대전고법 형사3부 심리로 열린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혐의 사건 항소심 첫 재판이 진행됐다. 해당 재판 내용은 지난 5일 연합뉴스를 통해 전해졌다.
이날 피고인 A씨에게서 아버지로서 일말의 양심이나 정은 일체 찾아볼 수 없었다. 피고인 A씨(57) 측은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으며 피해망상 등 정신 병력도 있다”라며 “피고인과 다투다 허위로 진술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 A씨 측은 당시 술에 만취해 벌인 일이었다며 심신미약·심신상실이었던 점을 강조했다.
A씨 변호인은 2018~2019년 피해자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대안학교 생활 담당자로부터 피해자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에피소드를 들었다며 증인으로 채택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또한 A씨 측은 피해자가 제출한 녹음 파일에 대해 “일부러 당시 상황을 녹음으로 남겨놓으려는 듯 타이핑하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다른 이와 모의한 정황이 있을 수 있다”라며 피해자를 모함하기도 했다.
A씨 측의 이러한 주장이 연이어 이어지자 방청석에서는 술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야유가 흘러나왔다.
재판부는 “변호인은 녹음 파일이 오히려 피고인의 무죄를 증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만큼 탄핵 증거로 채택, 법정에서 청취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에도 대법원 판례에 따라 녹음 파일이 위법 수집 증거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증거 채택 여부를 고민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B씨 모친은 A씨 변호인이 진술하는 내내 오열했다.
B씨 모친은 “딸이 아버지 전화를 계속 수신 거부하다 어쩔 수 없이 만났는데 피고인은 (딸이) 먼저 전화를 걸었다며 꼬셨다고 얘기하고 있다”라며 “사건 당시와 관계가 없는 4~5년 전의 정신적인 문제를 거론하며 2차 가해를 하고 있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계속 저런 얘기를 듣고 있으려니 억장이 무너진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0일 진행된다.
A씨는 딸인 B씨가 어렸을 적 가정폭력 등을 이유로 이혼했다. 이후 그는 지난해 1월 21살이었던 딸에게 “대학생도 됐으니 밥 먹자”라며 만나자고 한 뒤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신체접촉을 거부한 B씨를 때리며 속옷을 벗고 성폭행까지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가 제출한 당시 녹음 파일에는 “아빠, 아빠 딸이잖아. 아빠 딸이니까”라며 애원하는 정황도 고스란히 담겼다.
B씨가 제출한 녹음 파일에는 범행의 구체적인 정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A씨가 범행을 부인한다는 이유로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혐의가 아닌 강제추행 혐의만 적용됐다.
B씨는 결국 지난해 11월 “직계존속인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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