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징계방침 철회에 단체행동 둘러싼 표면적 갈등 일단락
일부 학교 병가 무더기 반려 후폭풍…교권보호대책 실효성도 미지수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서혜림 기자 = 서울 서초구 교사의 49재 추모를 위해 하루 동안 ‘공교육 멈춤’에 동참했던 교사들이 5일 복귀하면서 학교 현장은 일상을 회복했다.
특히 단체행동에 대한 강경대응 입장을 고수했던 교육부가 전날 연가나 병가를 내고 추모에 참여한 교사들을 징계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히면서 ‘9·4 공교육 멈춤의 날’을 둘러싼 정부와 교단의 갈등은 한고비를 넘긴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 며칠 사이 서울·경기·전북 지역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면서 교단이 ‘집단 우울증’ 상태라는 분석이 나오는 데다 교권보호 종합방안 등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물음표를 던지는 이들도 있어 교육현장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다.
◇ ‘한고비’ 넘긴 학교현장…교사들 “여전히 집단 트라우마”
5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날 전국 학교 현장에서는 정상수업이 진행됐다.
서울의 한 초등교사 A씨는 “어제 학교에서 평교사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결근했는데 오늘은 모두 정상 출근했다”라며 “모두 일단은 제자리로 돌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특히 그간 중징계도 불사하겠다며 집단행동 자제를 촉구했던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전날 국회에서 “추모에 참여한 교사에 대한 징계는 검토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정부와 교사들 간의 큰 갈등은 표면적으로 일단락된 상황이다.
이 부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사노동조합연맹 등 교원단체 관계자를 만나 징계방침 철회에 대한 교육부 입장을 공식적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하지만 교단의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전날 병가를 내고 추모행사에 참석한 B 교사는 “전국적으로 (초등교사 가운데) 20~30%는 병가를 냈을 거라던데, 참여한 교사가 많아서 징계 수위나 범위를 결정하기 어려운 데다 교사들이 더 폭발할까 봐 어쩔 수 없이 한발 물러선 것일 뿐 정부가 교사들의 울분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것은 아닌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학내에서도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일부 학교에서는 교장·교감 등이 전날 평교사들에게 반복적으로 전화해 출근을 요구하는가 하면, 병가 결재를 무더기로 반려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에서 근무하는 15년 차 초등교사 C씨는 “(교장이) 재량휴업을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낮은 연차 선생님들은 상당히 화가 난 상황”이라며 “교권이 지금보다 훨씬 강했던 시절에 일하면서 학부모보다 ‘갑’의 위치에 있어 봤던 선배들이 어떻게 후배들에게 이럴 수 있느냐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전날 연가·병가를 쓴 교사와 그렇지 않은 교사들 사이에 벽이 생길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많은 교사들은 여전히 침통한 분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초등교사 C씨는 “‘집단 트라우마’, ‘집단 우울증’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며 “(서초구 교사 사망 이후) 어느 순간까지는 ‘내가 겪는 어려움을 다른 교사들도 겪고 있다’라는 동질감과 슬픔이 컸다면, 지금은 문득문득 ‘이런 식으로(극단 선택) 목소리를 내야 현실이 바뀌는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교권대책 실효성 제고·후속 입법 등 과제…”변화의 시작” 기대 목소리도
학교 현장에서는 일련의 사건을 기점으로 교권회복을 위한 ‘작은 변화’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도의 한 초등교사 D씨는 “오늘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손 편지로 ‘고생하셨다’고 써서 교무실에 갖다주기도 했다”며 다수의 학생·학부모는 교권이 회복돼 공교육이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정부가 이번 사안을 거치면서 교권보호 종합대책과 생활지도 고시 등을 제정했음에도 실효성을 높이려면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당 부분은 이전에도 언급됐던 대책인 데다 학교 현장에 정착되는데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C 교사는 “선생님이 교실에서 수업 중에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라고 하면 학생이 내려놔야 하는 것은 고시에 담기 이전에 상식적으로 당연한 행동이 아니냐”고 반문하며 “법과 규정은 (그에 맞는) 사례가 조금씩 쌓여야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보호하고 학부모의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막기 위한 법 개정 등 후속 입법 절차도 남아있다.
정부와 여당은 교권 보호를 위한 4대 법안(교원지원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개정안)이 신속히 입법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야당 역시 9월 국회 본회의에서 교권 회복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입법을 반드시 매듭짓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일부 교사들은 ‘공교육 멈춤의 날’을 기점으로 국민 관심이 사그라지면 국회에 쌓여있는 여러 법안 가운데 교권 관련 법안이 뒤로 밀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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