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사회에 알려진 지 12년째를 맞은 가운데 피해자들은 정부를 향해 피해 구제 속도를 높일 것을 촉구했다. 피해 신청자 중 아직 심사가 끝나지 않은 인원만 30%를 넘는 데다 폐암을 신규 피해 질환으로 인정하는 방안이 논의 중인 가운데 구제 속도가 느리다면 피해자들에게 오히려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단체 환경보건시민센터는 31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함께 인천과 울산, 경북 포항 등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2011년 8월31일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이들은 캠페인을 통해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한 기업 등에 대해 재판부가 유죄를 판결하고 환경부가 폐암을 피해 질환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캠페인은 다음 달 5일 환경부가 피해구제위원회를 통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폐암 피해 구제 여부 논의를 앞두고 마련됐다. 피해자들은 폐암 피해의 구제 가능성에 일단 환영하고 있다. 폐질환, 천식, 독성간염, 아동 간질성 폐질환 등 정해진 피해 질환 이외 다양한 피해 질환들을 인정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여전히 많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구제급여 신청자는 7854명으로 이 가운데 5041명이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이외 2813명은 새로 신청했거나 재심사를 받는 중이다. 피해 신청자 가운데 약 36%가 아직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폐암을 피해 질환으로 인정해도 심사가 느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피해자 심사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 신속심사와 개별심사로 이뤄진다. 가습기살균제 노출 시작일로부터 2개월 전 천식 판정받은 적 없거나 살균제 노출 이후 천식약을 복용하는 등 특정 기준을 충족하면 신속심사에 따라 빠르게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문제는 개별심사로 넘어갈 때다. 지정된 병원의 의사들이 다양한 역학조사를 진행하면서 인과성을 증명하는데 경우에 따라 1년 이상 진행된다. 피해 신청자 7854명 가운데 1821명은 이미 사망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이번 폐암 인정이 개별심사로만 제한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것은 피해자들을 우롱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이미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발생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신속심사 등으로 폐암 피해를 판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이미 인정되고 있는 피해 질환에 대해서도 빠르게 구제·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모임 단체인 8·31사회적가치연대의 채경선 공동대표는 “나 역시 폐질환 관련해 판정받는 데 10년 이상 걸렸고 그 기간 동안 고통스러웠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피해자들을 발굴하고 피해회복을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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