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1) 정다움 기자 =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6일 오전 광주 북구 양산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북구청 공원녹지과 직원들이 쓰러진 가로수를 복구하고 있다. (북구 제공) 2022.9.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태풍으로 붕괴된 도로에서 추락해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이 법정 다툼을 거쳐 도로 관리자인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배상을 받게 됐다.
30일 대한법률구조공단(이하 공단)에 따르면 대구지법 경주지원 민사단독2부(부장판사 권기백)는 A씨가 경주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경주시는 A씨에게 6297만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의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양측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이 결과가 확정됐다.
A씨의 남편인 B씨(76)는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가 경상북도 경주시를 통과한 후 본인이 경작하는 논밭의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집을 나섰다. B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며느리 C씨를 뒷자리에 태워 중앙분리선이 없는 하천 제방도로를 달리다가 낭떠러지처럼 유실된 도로 4m 아래로 떨어졌다. C씨는 심하지 않은 부상에 그쳤으나 B씨는 헬멧을 썼음에도 두개골 골절, 안면마비 등 중상을 입었다.
B씨는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요양병원으로 옮겨졌는데 의식이 간헐적으로 돌아오는 반혼수상태로 있다가 사고 발생 6개월여만에 사망했다.
A씨는 “도로관리를 부실하게 한 경주시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법률구조공단을 통해 소송을 제기했다. 공단은 태풍이 지나간 지 25시간 이상이 지나도록 경주시가 복구조치를 하지 않았고 추가 붕괴나 차량통행을 금지하기 위한 통행금지판 설치, 우회도로 안내 등을 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B씨가 평소에 오토바이를 자주 타고 농사일을 하는 등 건강한 신체상태를 유지한 점을 들어 추락사고와 사망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했다.
경주시 측은 “사고 전날 오후 관할 행정복지센터 직원 3명이 해당 도로에 쇠말뚝을 설치하고 위험표지 테이프를 부착했는데 누군가 이를 훼손했다”며 “사고 시간이 오전 7시무렵으로 주변시야가 확보됐기 때문에 B씨가 전방주시를 잘했다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화해 권고문에서 A씨가 청구한 손해배상액 1억2297만원의 절반 가량을 인용했다. A씨의 유족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유현경 공단 변호사는 “최근 태풍과 집중호우 등으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며 “행정관청은 공공시설물을 더욱 철저하게 관리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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