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홍범도 장군의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업적은 인정하지만 옛 소련 공산당 활동 이력이 있는 만큼 그의 흉상은 육군사관학교보다 독립기념관에 모시는 게 적절하다고 28일 밝혔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배포한 입장자료에서 “육사는 공산주의 북한의 침략에 대비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한 호국간성을 양성하는 기관”이라며 “한국전쟁(6·25전쟁) 발발 당시 육사 선배들은 전선에 투입돼 북한 공산군에 맞서 싸웠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육사의 전통과 정체성, 사관생도 교육을 고려할 때 소련 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 등 논란이 있는 홍 장군 흉상이 육사에, 더욱이 사관생도 교육의 상징적 건물인 충무관 중앙현관에 있는 게 적절하지 않단 논란이 있어 왔다”고 설명했다.
육사는 현재 교내 충무관 앞에 설치된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이회영 선생 등 일제강점기 시기 무장독립운동을 폈던 독립운동가 5명의 흉상을 충남 아산 독립기념관 등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들 흉상은 지난 2018년 ‘3·1절’ 제99주년을 맞아 우리 군 장병들이 사용한 5.56㎜ 소총 5만발 분량의 탄피 300kg을 녹여서 만든 것이다.
국방부는 “이 사안은 육사 내에 (흉상을) 설치할 당시에도 적절하지 않단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장군 흉상 설치가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 없이 강행됐으며, 이후에도 지금까지 이에 대한 논란이 지속돼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육사는 작년부터 학교종합발전계획을 마련하면서 우리나라의 국난극복사, 6·25전쟁 영웅, 육사의 표상, 한미동맹의 가치·의의를 함께 기리는 방향으로 교내 기념물 재정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방부는 “검토 과정에서 논란이 돼왔던 홍 장군 흉상은 육사 교내보다 독립운동 업적이 가장 잘 선양될 수 있는 독립운동 성지인 독립기념관에 모시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해 국가보훈부와 독립기념관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홍 장군의 독립운동 업적은 업적대로 평가하되, 이후 소련 공산당 활동에 동조한 사실들에 대해선 달리 평가하는 게 적절하다”며 홍 장군의 공산당 활동과 다수의 독립군이 희생된 1921년 “자유시 참변 사태”에 대한 책임 등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국방부는 “따라서 홍 장군은 청산리 전투에서 같이 싸웠으나 무장해제를 거부하고 만주로 돌아간 김좌진·이범석 장군 등과 다른 길을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북한 김일성이 소련 공산당의 사주를 받고 불법 남침해 6·25전쟁을 자행한 엄연한 사실을 고려할 때 공산주의 이력이 있는 홍 장군 흉상을 육사에 설치해 기념하는 건 육사의 정체성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아쉽게도 일각에서 홍 장군 흉상 이전 문제를 이념전쟁과 정치 쟁점화시키고 있는 현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런 정치적 쟁점과 무관하게 사관생도 교육을 담당하는 육사에서 육사의 정체성에 부합하도록 생도교육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국가보훈부 차원에선 홍 장군에게 중복 서훈된 건국훈장에 대한 재정비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동일한 공적에 대해선 훈장을 거듭 수여하지 않는다’는 ‘상훈법’ 제4조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홍 장군은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때인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에,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엔 대한민국장에 각각 추서됐다.
정부 관계자는 홍 장군 서훈 재정비에 대해 “홍 장군을 격하하려는 게 아니라 다른 독립유공자와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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