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1분. 다이어트약 빨리 처방해주는 곳. 의사 선생님 짱!”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옛 트위터)’에서 공유되고 있는 서울 A의원에 대한 후기다.
식욕억제제인 페니민정, 푸리민정, 디에타민정 등은 체질량 지수(BMI) 30kg/㎡ 이상인 만 19세 이상 성인에게 처방해야 하지만, A의원은 실제 비만 정도를 재거나 일일이 따지지 않고 약을 쉽게 내어준다는 의미다. 이렇게 시중에 쉽게 풀린 식욕억제제는 거식증 등 식이장애를 겪는 10대들에게 불법 판매가 되기도 한다. 식욕억제제는 향정신성의약품이기 때문에 의료용 마약류로 분류되고 있다. 펜터민이란 성분이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불안감, 불면증 등을 유발한다.
마약류가 일으킬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경각심 없이 손쉽게 내어주는 일부 병원들의 행태가 마약 중독자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면 마취제로 쓰이는 프로포폴, 미다졸람, 케타민도 마찬가지다. 미용 목적의 피부시술은 국소마취, 마취크림으로 가능한데도 강남의 피부과에선 수면 마취 시술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는 곳이 있었다. 수면 마취를 실시하는 B피부과 의원에 문의하니 “수면 마취는 시술에 대해 극심한 공포를 갖고 있는 환자들을 위한 것”이라며 “환자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한 마취 방법 중 하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의 피의자인 신모씨가 운전대를 잡기 전 인근 병원에서 피부 시술 중 두 차례에 걸쳐 수면 마취제를 맞은 게 알려지자, 의료진들이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하는 방식 역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환자는 1946만명으로 집계가 시작된 2018년 이후 가장 많다.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팀장 경험이 있는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코올학과 교수는 “의료용 마약류은 이중 잠금 장치로 보관하는 게 원칙이지만, 수사에 나섰을 때 의사 책상에 놓여져 있는 경우가 있다”며 “그만큼 의료진이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큰 고민 없이 쉽게 사용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식약처는 마약류 취급 빅데이터인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의 처방정보를 분석해 처방 기준을 벗어난 의사에 대해 행위 금지 명령을 내리는 사전알리미 제도를 2020년 말부터 시행해 오고 있다. 행위 금지를 내리기 전 의사의 의료용 마약류 처방 정보 6개월치에 대해 분석한다. 지난 3월 의사 219명이 사전알리미 제도를 통해 적발됐지만, 이중 19명은 이후 3개월간 추적관찰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이들에 대해 집중 점검에 나선 상태로, 마약류 오남용 방지를 위한 조치기준을 위반한 게 확인되면 마약류 취급 업무정지 1개월(1차) 처분을 받게 된다.
식약처는 의사가 마약류 처방 전 환자 투약 이력 확인을 의무화하도록 규정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내년 6월부터 시행되면 마약류 오남용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투약 이력 확인이 권고에 그친 탓에 이용률이 1%에 그쳤다. 의료계 관계자는 “병원 마약쇼핑을 다니는 환자라는 게 투약 이력으로 뻔히 보이는데도 의료진이 모른 척 처방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의료용 마약류를 다루는 의료진의 윤리의식이 제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은 “병원의 서류상 기록에는 프로포폴 10병 사용했다고 나와 있지만, 실제 5병만 쓰고 나머지는 단골 고객에게 파는 등 음지에서 사용되는 일들이 여전하다”며 “의료진 일탈이 큰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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