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학고를 자퇴한 백강현(11) 군 아버지 백동기(63) 씨가 자세한 내막을 전했다.
20일 경향신문은 백 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보도했다. 백 씨는 아들 강현 군이 서울과학고 내에서 동급생들로부터 지속적인 언어폭력을 당했고, 학교에도 알렸지만 학교가 사건화를 만류했다고 주장했다.
백 씨는 “강현이가 나이가 어리니까 지식도 부족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강현이를 신기하게 보다가 중간고사를 치른 뒤인 5월 이후부터 괴롭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의 자존감을 바닥으로 만들었다. ‘너 같은 놈이 여기 서울과학고에 온 것은 국민들을 기만하는 거다’ 이런 얘기를 지속적으로 했다고 한다. 특히 서울과학고는 조별과제, 조별발표 등이 많은데 강현이가 있는 곳에서 ‘저놈이 우리 조에 속하면 망한 조다’ ‘(강현이가) 들어오면 한 사람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폭망한다’ 이런 말을 했다. 조별과제를 할 때도 강현이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고 아무것도 못 하게 앉혀놓기만 했다고 한다. 한두 번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그런 일이 있었다. 조별과제를 하는 몇 시간 동안 옆에 앉혀놓기만 하니까 강현이가 스마트폰을 보면 ‘스마트폰 본다, 게임한다’면서 나쁜 아이로 만들어버렸다. 한 명도 말을 안 걸어주고 투명인간 취급했으면서. 디씨인사이드라는 사이트에 강현이에 대해 ‘저 X신, 바보, 찐따 X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X신 X끼’ 등의 욕설도 했다”고 전했다.
백 씨가 처음 이런 상황을 인지한 건 지난 5월 중간고사 직후였다. 그는 “아이가 얘기하면서 피눈물을 흘렸다. 죽을 정도로 힘들다고 표현했다. 얘기를 듣자마자 바로 학교에 찾아갔다. 디씨인사이드에 명예훼손을 하고 괴롭히는 아이는 경찰에 신고해서 찾으려고 했고, 학폭은 학교에 이야기했는데 학교에서는 신고를 만류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테니 묻고 가자고 했다. 강현이는 그때 학교를 정말 다니고 싶어했고, 어떻게든 서울과학고를 졸업하고 싶어했다. 그런데 이렇게 문제를 일으키면 그다음부터는 학교를 도저히 못 다닐 것 같았다. 그래서 학교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라고 했다.
이후 직접적인 괴롭힘은 없어졌지만 아이는 학교에서 완전히 외톨이가 됐다고 한다. 하루종일 아무도 말을 안 걸었다.
강현 군은 영어 발표만이라도 혼자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지만, 학교는 “한 명 때문에 학교 시스템을 바꿀 순 없다”고 거절했다.
결국 아이는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토로했다. 백 씨는 “아이가 너무 말라 있어서 영상을 찍을 수가 없었다. 입학할 때 27kg이었던 아이의 체중이 22kg까지 빠졌다. 입학 전 밝았을 때 찍었던 사진으로 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학교를 그만두면 ‘봐라, 천재라고 하더니 공부 못 따라가서 나간 거잖아’라는 소리를 강현이가 듣기 싫어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악몽을 잊고 좋은 추억으로 끝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공론화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선 “(자퇴를 알리는) 영상을 올리자마자 ‘영상을 내리지 않으면 아이가 학교에서 꼴찌를 하고 전 과목에서 한 문제도 못 풀었다는 걸 알리겠다’는 이메일이 왔다. 강현이 성적이 하위권이기는 했지만 그렇게 다 빵점을 맞고 한 문제도 못 풀 정도는 아니었다. 학교를 그만두기 이전에도 유튜브에 악플(악성 댓글)이 정말 많았다. 이걸 터뜨리지 않으면 앞으로 유튜브에 영상을 올릴 때마다 계속 이런 악플과 협박을 받을 것 같아서 그런 고리를 끊어내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아이는 눈동자에 초점이 없고 의욕도 없는 상태라고 한다. 백 씨는 형편 때문에 정신과에 못 데려가고 있다고 했다. 강현 군은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보고 수능을 준비할 예정이라 밝혔다. 다른 학교에 갈 생각도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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