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샤오징씨(32)가 면세점에서 쇼핑한 물품들./사진=최지은 기자 |
“6일 일정으로 한국에 왔는데 매일같이 쇼핑만 하고 있어요. 면세점 건강식품, 주류 코너 위주로 구경하고 쇼핑하고 있습니다.”
14일 서울 동대문구 한 백화점 면세점에서 만난 30대 중국인 남성은 양손에 쇼핑백을 든 채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번째 한국을 방문했다는 그는 “한국은 사람들이 친절하고 물건 가격이 싸서 좋다”며 “앞으로 중국인들이 훨씬 더 많이 한국을 방문할 것 같다”고 말했다.
6년여 만에 중국인들의 한국 단체 관광이 허용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동대문 등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지역이 들썩이고 있다. 이미 자유 여행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들이 많지만 앞으로 더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면세점 건강기능식품점에서 일하는 A씨는 “원래도 중국인들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중국인들이 더 들어오면 바빠지긴 하겠지만 매출에는 훨씬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요새도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데 적게는 200달러(약 27만원)부터 많게는 700달러(약 93만원)씩은 쓰고 간다”고 덧붙였다.
면세점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는 B씨는 “방문 고객이 대부분 중국인들이다보니 안내 문구도 중국말로만 돼 있다”며 “마스크팩 등을 많이 사 가는데 한 명당 100달러(약 13만원) 이상은 구매를 해 가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동대문 지역에 있는 면세점은 중국인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화장품 매장은 중국인들 말소리밖에 안 들릴 정도였다. 중국인 여성 두명은 한 화장품 매장에서 20분이 넘게 쇼핑을 했다. 이들은 투명한 면세점 쇼핑백에 화장품을 가득 담아 들고 웃으며 자리를 떴다.
백화점 면세점 인근 쇼핑몰 안에서 카메라 장비를 들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라이브 방송을 하는 중국인도 있었다. 중국 왕홍(인플루언서)으로 추정되는 한 여성은 한 의류 매장에서 각종 옷을 입어보면서 카메라 앞에 서 중국어로 옷의 특징과 가격 등을 설명했다.
동대문 한 백화점 면세점 내 의류 매장에서 중국인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 /사진=최지은 기자 |
면세점에서 만난 샤오징씨(32)는 “종로나 홍대에서 놀고 동대문에서는 주로 쇼핑을 한다”며 “대부분 먹거리와 화장품, 옷을 산다. 한국은 쇼핑하기가 좋고 모두 우호적이라 중국인들이 자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장사를 한다는 구모씨(40)는 “많이 사면 억 단위로 돈을 쓰는 중국인들도 있다”며 “한 사람당 구매를 할 수 있는 물건의 양이 한정돼 있는데 여러명을 모아서 한국에 와 물건을 많이 사가고, 이를 중국에서 되파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대화를 하던 중 여러 사람들이 그에게 와 종이 가방에 든 건강기능식품을 전해주기도 했다. 그는 물건들을 받아 박스에 차곡차곡 정리했다.
한편 중국인들의 한국 단체 관광이 완전히 풀린 것은 2017년 사드 배치 여파로 중국이 단체 비자 발급에 제동을 건 지 6년5개월여 만이다. 이에 관광업계와 각 지방자치단체 등은 다음달 중국 추석인 중추절 연휴 때 관광객이 대거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중국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16년 7월 90만명에 육박했던 중국인 관광객 수는 2019년 8월에는 49만여명으로 줄었다. 이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여행길이 끊겼다가 지난 5월 11만여명, 지난 6월 14만여명으로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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