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서해에 사는 조류 대부분이 플라스틱 등 해양 쓰레기로 인해 생태를 위협받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조류 99%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섭취하고, 특히 어린 새들이 다 자란 새보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더 많이 삼켰다. 어린 새의 63%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몸무게의 0.1%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바닷새연구소 김미란 박사 등은 국제학술지 해양오염학회지 최신호에 ‘한국 바다제비 성조(다 자란 새)와 유조(어린 새)의 해양쓰레기 섭취’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온몸이 암갈색이고 몸길이가 20㎝ 정도인 바다제비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에 분포하는 흔한 여름 철새다. 특히 전 세계 바다제비 70%가 한국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번식지인 전남 신안 칠발도와 구굴도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논문에 따르면 2013∼2014년 전남 신안군 칠발도에서 쇠무릎 등 외래식물에 걸려 죽은 바다제비 사체 146구 가운데 145구(99.3%)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검출됐다. 이는 북대서양에 분포하는 흰허리바다제비(87.5%), 남극에 사는 윌슨바다제비(75%)보다 높은 수치다.
칠발도 바다제비에게서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는 평균 무게가 51㎎, 평균 길이가 4㎜였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다 자란 성조보다는 어린 유조의 몸에서 많이 검출된 것도 특징이었다. 성조는 한 마리당 15.2점을, 유조는 한 마리당 24.3점을 섭취했다. 연구진은 유조의 63%, 성조의 24%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몸무게의 0.1%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성조가 유조에게 먹이를 주는 과정에서 성조 몸에 쌓여 있던 플라스틱 쓰레기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성조의 몸에서는 실처럼 생긴 플라스틱 쓰레기가, 유조의 몸에서는 파편 형태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장 많이 나왔다. 또 성조는 초록색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장 많이 섭취했는데, 이는 어망으로 추정된다.
바닷새들은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착각하거나 먹잇감과 함께 삼키는 경우가 많다. 번식기에는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새끼에게 먹이는 경우도 있다. 몸집이 작은 바닷새들은 플라스틱을 토해낼 수 없기 때문에 피해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3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진화학’에는 플라스틱을 섭취한 바닷새들은 항생제 내성이 생기고 장내 미생물 군집이 변화하는 등 건강에 악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실리기도 했다.
또한 쓰레기를 활용해 둥지를 만드는 새들이 늘어나면서 안전에 대한 위협도 커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폴란드 포츠난생명과학대학교 등 연구진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지난 7월 ‘영국 왕립학회 자연과학 회보 B’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총 75개의 연구 논문을 분석한 결과, 남극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오리, 맹금류, 갈매기, 가마우지 등 총 176종이 폐기물로 둥지를 제작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