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또다시 주요 군수공장을 시찰하며 “전쟁준비의 질적 수준은 군수산업 발전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재차 ‘전쟁준비’를 거론한 것으로, 긴장을 고조시켜 도발의 명분을 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등일 상대로 무기 수출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도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지난 11~12일 전술미사일 생산공장과 전술미사일 발사대차 생산공장, 전투장갑차 생산공장, 대구경 조종방사포탄 생산공장 등을 현지 지도했다고 14일 밝혔다. 군수공장 시찰은 지난 3~5일에 이어 불과 엿새 만이자, 오는 18일 한미일 정상회의와 21일부터 실시되는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술미사일 생산공장을 찾아 ‘미사일 생산능력의 비약적 제고’를 주문했으며, 발사대차 생산공장에선 “군대의 전쟁준비 완성에 실지 기여할 수 있는 현대적이며 성능 높은 발사대차들을 더 많이 생산장비하여야 한다”고 지시했다. 또 방사포탄 생산공장에선 122㎜·240㎜ 방사포탄의 조종화 실현을 두고 ‘일대 혁명’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 3~5일 군수공장 시찰 당시에는 김 위원장이 직접 소총 사격에 나선 모습을 공개했다면, 이번에는 장갑차를 모는 장면을 연출했다. 전투장갑차 생산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새로 개발한 다용도 전투장갑차를 직접 조종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지속해서 ‘전쟁준비’를 거론하며 군수산업을 강조하고 있다. 일련의 행보는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도발의 명분을 쌓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날 공개된 사진 가운데 김 위원장 뒤로 ‘원쑤들은 전쟁도화선에, 남조선 괴뢰들을 쓸어버리자’라는 문구를 보이도록 연출한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시찰 이틀 전인 지난 9일 김 위원장은 직접 주재한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남한 지도를 펼쳐 놓고 “전쟁준비를 공세적으로 다그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번에도 “그 어떤 전쟁에도 대처할 수 있는 압도적인 군사력과 확고한 준비태세를 철저히 갖춰 적들이 감히 무력을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만들며 반드시 괴멸시켜버려야 한다”고 위협했다.
러시아에 대한 불법 무기 수출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 3~5일 군수공장 현지 지도 당시에는 처음으로 ‘국방경제사업’이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군수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는 군수공업을 경제적 가치로 연결 짓겠다는 의미로, 최근 러시아 국방장관이 방북한 점과 맞물려 대러 불법 무기 수출을 통한 ‘외화벌이’를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의도는 국방 분야 성과를 과시하고 한미 연합훈련에 대응하면서, 무기 수출까지 여러 가지 다목적 포석을 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국방경제사업이라는 표현이) 무기 수출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겠다고 스스로 공언한 것으로, 개탄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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