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자본적 기초 위태롭게 하는 조항…기존 주주 전원 동의했어도 무효”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투자금을 전액 반환하는 내용의 신주 인수계약은 상법상 주주평등원칙을 위반해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투자자 A씨 등 3명이 B사와 대표이사 등을 상대로 낸 투자금 반환 소송의 원심판결을 일부 파기하고 지난달 27일 수원고법에 돌려보냈다.
A씨 등은 2019년 6월 바이오테크놀로지 회사인 B사와 신주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B사 대표가 이해관계인으로 계약에 참여했고 기존 주주이자 연구개발 담당자인 C씨도 투자계약에 따른 의무를 연대보증하기로 했다.
계약 조건은 B사가 발행하는 주식 약 16만6천주를 A씨 등 세 사람이 2억5천만원에 인수하는 것이었다.
다만 B사가 개발 중인 조류인플루엔자 소독제가 2019년 10월까지 질병관리본부 제품등록, 12월까지 조달청 조달등록을 마치지 못하면 투자금 전액을 반환하는 단서 조항이 달렸다.
B사는 정해진 기한 내에 제품을 질병관리본부와 조달청에 등록하지 못했다. A씨 등 3명은 약정에 따라 투자금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냈다.
1·2심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B사가 A씨 등 3명에게 투자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봤지만 2심 법원은 해당 약정이 주주평등원칙을 위반해 무효라 투자금 반환 의무가 없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조항은 B사의 주주인 A씨 등에게 투자자본의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B사의 다른 주주들에게 인정되지 않는 우월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여 무효”라고 지적했다.
주주평등의 원칙이란 주주가 주주로서 갖는 법률관계에 관해 원칙적으로 보유한 주식만큼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상법상 원칙이다. 이를 위반해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는 약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무효가 된다.
A씨 등은 기존 주주들의 동의를 얻었으므로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조항은 B사의 자본적 기초를 위태롭게 해 회사와 주주 및 채권자의 이익을 해하는 것이므로 기존 주주들 전원의 동의가 있다고 해서 주주평등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존 주주 전원의 동의가 있었는지도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기본적으로 2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 잘못이 없어 타당하다고 인정했다.
다만 이 사건 계약 중 A씨 등이 회사가 아닌 대표이사·C씨와 맺은 계약은 주주평등원칙이 직접 적용되지 않으므로 회사의 투자금 반환 의무와 연계성 등을 따져 다시 재판하라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wa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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