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아르헨티나에서 형사 미성년자(촉법소년)에 의한 살인 사건 논란이 불거지면서 전국적으로 큰 공분이 일고 있다.
경찰이 주범을 청소년이 아닌 성인으로 공식 발표했지만 성난 민심은 관련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며 거리 시위까지 벌였다.
세르히오 베르니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치안장관은 9일(현지시간) 현지 주요 언론이 생중계한 기자회견에서 “오늘 아침 발생한 11세 소녀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살인 등 혐의로 2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은 이날 오전 7시 30분께 부에노스아이레스 라누스에서 일어났다.
경찰이 현지 언론에 공개한 사건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오토바이에 탄 괴한들이 등교하던 어린 학생의 가방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학생을 세게 가격해 쓰러뜨린 괴한들은 차량을 몰고 함께 움직이던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곧바로 현장을 벗어났다.
피해자는 모레나 도밍게스(11) 양이라고 라나시온과 클라린 등 현지 일간지는 보도했다.
도밍게스 양은 아스팔트 바닥에 머리를 찧었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와 관련해 라누스 지역 지방자치단체는 이날 낮 용의자 검거 사실을 밝히고 그의 나이를 14세로 공개했다.
아르헨티나에서 14세는 형사 미성년자여서 형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여론은 크게 동요했다. 등굣길 10대 학생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봤는데도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할 수 없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경찰은 몇시간 뒤 현지 매체를 통해 “주범은 24세와 28세 형제”라고 발표했다. 베르니 장관도 경찰의 수사 내용을 재확인해 줬다.
전과가 있는 이들 형제는 마약 구매를 위해 강도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또 형제와 14세 소년을 포함해, 7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이웃 주민들은 경찰에 가해자 엄중 처벌과 치안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피의자들이 구금된 경찰서에 몰려가 돌을 던지는 등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한 시민은 아르헨티나 TV방송 ‘토도노티시아스'(TN) 인터뷰에서 “이게 우리 일상”이라며 “순찰하는 경찰을 찾아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치러질 대선 전초전 성격의 전국 예비선거(13일)에 나선 주요 예비 후보자들은 이날 각종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피해자를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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