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 투, 원. 와∼”
환호성과 함께 2층짜리 서울 시티투어버스가 출발했다. 지난 6일 밤에도 서울에 열대야가 계속된 탓에 연신 부채질하던 승객들은 버스가 움직이면서 시원한 바람이 불자 부채 대신 스마트폰을 들었다.
버스 승객은 모두 잼버리 행사장인 새만금을 떠나 5일부터 서울 호텔에 머무는 영국 스카우트 대원이었다.
이들은 첫 단체 일정으로 서울시가 마련한 야간 시티투어버스를 탔다.
대원을 태운 시티투어버스 4대는 오후 9시35분께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여의도와 반포대교, 남산 등 서울 야경 명소 곳곳을 누볐다.
시는 갑자기 서울로 오게 된 영국 대원을 위해 무료로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서울 밤거리를 관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순발력 있게 준비했다. 200명 규모의 이 프로그램에는 155명이 참여를 신청했다.
버스가 마포대교 인근에 도착해 한강이 눈앞에 펼쳐지자 대원들은 한강의 야경에 눈을 떼지 못했다. 몇몇 대원은 영화 록키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디 아이 오브 타이거'(The eye of tiger)를 흥얼거렸다.
한강 변을 따라 늘어선 고층 아파트를 연신 스마트폰으로 담는 대원들도 있었다.
마포대교와 반포대교를 건너면서 한강을 둘러본 버스는 남산의 N서울타워로 향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이는 서울 시내 야경은 대원들의 시선을 또 한 번 끌어모았다.
N서울타워 인근 버스정류장에 잠시 내린 대원들은 N서울타워를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고 서울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활기차게 수다를 떨었다. 서울 시내를 누빈 버스는 약 1시간 10분 만에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왔다.
야간 시티투어버스 프로그램은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이 영국 스카우트연맹 대표와 긴급 면담을 가진 후 서울시가 준비했다.
버스 4대 중 한 대가 오후 10시 3분께 올림픽대로를 달리던 중 앞에 가던 승용차를 들이받는 접촉 사고를 내기도 했지만 부상자 없이 투어가 진행됐다고 시는 전했다.
이날 야경 투어에 참여한 케스터 샤프 영국 스카우트연맹 지역총괄팀 스태프는 “서울에 오게 돼 기쁘다. 서울시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모든 것들이 기대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사찰이나 궁궐도 가보고 길거리 음식문화도 경험하는 등 영국에 있을 때와는 다른 문화 체험을 할 수 있어 놀랍다”며 “이렇게 더운 날씨가 익숙지 않지만 즐겁게 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을지는 알지 못한다”면서도 “우리는 매일 다른 것을 대원들에게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샤프 씨를 제외한 다른 영국 대원들은 한국 취재진과 개별 인터뷰를 사양했다. 샤프 씨 역시 인터뷰를 하기 전 “새만금과 관련해선 얘기하지 않겠다”고 조건을 달았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영국 스카우트연맹 측과 상의해 문화관광 프로그램을 추가로 편성하는 등 서울을 찾는 잼버리 대원이 서울을 제대로 즐기고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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