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개최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대회 장소 내 폭염 대책이 미흡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먼 한국 땅에 자녀를 보낸 외국인 부모들 사이에서도 우려 섞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우트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댓글 창에는 스카우트 단원 학부모 및 가족들의 질문이 쇄도했다.
한 영국 누리꾼은 “대체 (새만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냐? ‘가디언’에서 행사 참석자들이 열과 병 때문에 병원으로 이송됐다는 기사를 봤다”라며 “아이들이 음식과 기초 시설도 없다고 하더라”라고 적었다.
영국은 이번 잼버리 대회에 4500명의 단원을 보냈다. 단일 국가 기준 최대 규모다. 영국 매체들도 앞다퉈 잼버리 상황을 보도하고 있다.
가디언은 “한국이 장기간 폭염과 씨름하면서 잼버리 참석자 수백명이 앓아누웠다”라며 행사장에 “자연 그늘이 거의 없다”라고 지적했다. 공영 BBC 방송은 “첫날부터 400여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라며 “상당수는 야영지 임시 의료시설에서 치료받았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외국 학부모는 자녀가 보내온 현장 사진을 ‘트위터’에 게재하기도 했다. 그는 “염려하는 부모로서 묻고 싶다. 대안이 있나”라며 “어떻게 이런 장소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겠나”라고 했다.
참가국 정부 일부는 자국 단원들을 직접 보호하고 나섰다. 영국 정부는 자국 외교관을 현장에 파견해 상황을 모니터링 중이라고 전했으며, 미국에선 잼버리 참가 인원을 주한미군 평택 기지로 불러들여 숙소를 제공했다고 전해졌다.
일부 학부모는 직접 비행편을 예약해 자녀를 본국으로 귀국시키기도 했다. 이 학부모는 “한국이 잼버리 대회에서 ‘오징어 게임’을 시키고 있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정부는 행사장 내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는 것에 대해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은 3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폭염경보와 관련해 모든 진행 과정을 논의하며 청소년의 안전에 부합하는지 확인하며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잼버리 공동조직위원회는 총 5개의 잼버리 클리닉 시설에 각각 냉방기 2대를 추가 보강하고, 온열 환자 휴식용 헌혈차, 병상 등을 설치해 환자 수용력을 높일 방침이다. 위생 문제가 지적된 화장실, 샤워실 청소도 진행한다.
한편 이번 잼버리 대회는 새만금 부지에서 열렸다. 오는 12일까지 청소년 스카우트 대원과 지도자 등 총 158개국에서 4만300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축제다. 여가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장관이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았으며, 조직위 집행위원장은 김관영 전라북도 지사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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