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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오길 정말 잘했습니다” 일본 여성이 한국 시내버스에 감동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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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전 유근종씨가 운행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사님의 선한 영향력으로 모든 교통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당연히 안전을 위해선 그렇게 해야지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25일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낸 건 홍영성(33)·이와타 사야(岩田紗彌·27)씨 부부, 답장을 한 건 버스 기사 유근종(61)씨다.

한국 생활 2년 차인 이와타씨는 지난 19일 오후 6시 30분께 생후 9개월 아기를 업은 채 유 기사가 운전하는 수원여객 98번 버스에 탔다. 퇴근길 만원 승객 틈에서 아기를 업고 서 있던 이와타씨가 위험해 보였는지 유씨는 “아이를 업고 있는 엄마에게 양보해주실 승객이 있으면 감사드리겠다”고 안내 방송을 했다. 이를 들은 승객들은 통로를 만들어줬고 한 중년 여성이 자리를 양보했다.

이와타씨는 당시 “‘한국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척 행복했다”고 한다. 감사함을 전하려고 수원여객과 수원시청 교통과 등에 수소문했지만 버스 기사를 찾지 못하자남편 홍씨는 지난 19일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아기엄마를 대하는 버스 기사님의 태도’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훌륭한 기사님’, ‘마음에 위안이 된다’, ‘기사, 승객, 당사자 모두 멋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홍영성씨가 지난 19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 [커뮤니티 캡처]

하지만 버스 기사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유씨가 “당연한 일을 한 건데 뭘 그러느냐”고 쑥스러워했기 때문이다.

기자가 21일 연락을 시도했을 때도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했다. 결국 25일 수원으로 찾아가서 수원여객 북부차고지에서 만났을 때에서야 “대단한 마음을 먹고 한 것이 아니라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멋쩍어했다.

홍씨 부부가 만나고 싶어 한다고 전하자 “마음은 고맙지만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전해달라”며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 기자가 계속 조르자 마지못해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 버스 번호가 적힌 쪽지만을 건넸다.

이 쪽지를 받은 부부가 유씨에게 감사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와타씨는 기자에게 서툰 한국말로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일본 버스에도 기본적인 안내방송은 있지만 교통약자에게 개인적으로 안내하는 방송은 본 적이 없었다”며 “모두 예민하고 무척 피곤할 퇴근길에도 신경을 써주신 기사님과 승객의 배려에 감동하였다”고 말했다. 친절하지만 매뉴얼에 맞추는 일본 버스 기사와 달리 무뚝뚝해도 승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향하는 ‘정(情)’을 유씨에게서 느낀 것이라 짐작했다.

그렇다면 유씨는 왜 이런 방송을 하게 된 걸까.

실제로 유씨를 만나기 전에 그가 운전하는 수원 98번 버스를 타봤다. 유씨는 녹음된 정류장 안내 코멘트 사이 마이크를 통해 “조심히 앉으세요”, “무더위에 조심하세요”, “한 걸음씩 여유롭게 이동해주세요” 등의 방송을 했다. 모두 유 기사가 3시간 동안 왕복 60㎞가량을 이동하는 동안 직접 한 안내 코멘트였다. 결코 다정하거나 나긋나긋한 말투는 아니었다. 하지만 승객을 생각하는 ‘정겨운’ 마음이 전해졌다.

버스 운전은 11년째. 이러한 유 기사의 방송은 2018년 마이크가 달린 전기버스가 도입되면서 시작됐다. 그는 “(버스가 지나가는) 팔달문 시장에서 노인들이 많이 타고, 출퇴근 시간에 많은 인원이 탑승해 위험할 때가 있었다”며 “마이크가 있어 한두 마디씩 안전을 위해 하던 말이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승객들을 생각하다 보니 누가 시키지도 않은 행동을 하게 된 것이다.


지난 25일 문자를 주고받은 버스 기사 유근종(좌)씨와 홍영성(우)씨의 문자 내용. / 연합뉴스

승객들은 안내방송의 효과가 크다고 했다. 버스에서 만난 이모(42)씨는 “방송을 하고 안하고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며 “사람이 앞에만 몰려 있을 때 뒤로 이동해달라는 안내가 있어 편하게 버스를 탄 적이 있다”고 했다. 유씨는 “‘센스 만점 기사님 버스는 종점까지 타고 싶다’는 말도 들었다”고 전했다.

수원여객은 27일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해서 화제가 된 유씨에게 ‘모범우수사원상’을 수여했다. 동료 버스 기사 A씨는 “우리에게도 뿌듯하고 좋은 일이라 칭찬 한마디씩 했다”며 “나도 앞으로 안내방송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무뚝뚝한 유씨를 상대로 취재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는 “나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책임감을 가지고 안전하게 운행하는 것뿐”이라며 “별일도 아닌데 뭐 그리 신경을 쓰느냐”고 농반진반으로 나무랄 뿐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기사에 쓸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자 “이왕 이렇게 된 것”이라며 흔쾌히 응했지만, 선글라스는 끝내 벗지 않았다. 그러나 퉁명스러운 척해도 서울에서 찾아온 기자를 회사 구내식당에 데려가 밥을 사주는 친절도 잊지 않았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뉴스1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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