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둔 가운데 방출에 찬성하는 여론이 60%에 육박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 입장에서는 후쿠시마 인근 해역의 어민 설득만 성공하면 사실상 자국 여론 달래기 작업이 마무리되는 셈으로, 정부 관계자들은 주말 내내 현지를 방문하는 등 막판 설득에 들어갔다.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은 지난 28~30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오염수 방출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58%로 반대 응답을 크게 웃돌았다고 보도했다. 연령대별 찬성 비율로는 39세 이하가 52%, 40·50대가 62%, 60세 이상이 60%가 찬성해 연령과 찬성 응답 비율이 비례하는 경향을 보였다.
지지 정당별로는 집권여당 자민당 지지층의 69%가 오염수 방출에 찬성한다고 응답했으며, 무당파층과 야당 입헌민주당 지지층도 절반 이상이 찬성한다고 밝혔다. 연령과 정치 성향 등과 관계없이 국민 전반적으로 방출 찬성 여론이 우세해진 것이다.
자국 여론 형성에 성공했다고 판단한 일본 정부는 가장 반발이 거센 후쿠시마 인근 해역 어민 설득에 막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지난 29일부터 주말 내내 미야기현과 후쿠시마현 등 어민 반발이 거센 원전 인근 지역을 돌면서 설득 작업에 나섰다.
니시무라 경산상은 방문한 곳마다 “오염수 방출 이후에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안전성을 확보할 것”이라며 “사고 원전 폐로가 완료될 때까지 어민 불안에 대한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어민 반발 여론을 달래기 위해 현금 지원 카드까지 꺼내든 상태다. 정부는 오염수 방출로 후쿠시마 인근 해역의 수산물 수요 감소가 우려되자, 판로 확대 등을 지원하기 위해 300억엔(2717억원)의 기금을 편성했다.
니시무라 경산상은 필요하다면 오염수 방출 전부터 금전 지원에 나설 수 있음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그는 전날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을 방문, 기금과 관련해 “오염수 방출 전이라도 풍평 피해(근거 없는 정보에 의해 발생하는 피해)의 영향이 있다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방문한 이와키시에서는 “어민들의 구체적인 상황을 주시하면서, 필요하다면 방출 전이라도 예산이나 수당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업인 측과 일본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이다. 전날 곤노 도시미쓰 소마후타바 어업협동조합장은 니시무라 경산상에게 “오염수 방류가 과학적인 안전성이 확인됐다고 하지만, 안전과 안심은 다르지 않으냐”며 “우리는 방류가 시작되면 원전이 폐로 될 때까지 모든 문제를 안고 있게 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니케이는 “니시무라 경산상이 어협 두 곳에서 관계자들과 의견을 교환했으나 어업인 측은 방출에 반대하는 자세를 고수했다”며 “양측의 간극은 메워지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에 조만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직접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작업을 끝으로 사실상 기시다 정부는 방출 시기 결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후쿠시마 지역 언론은 “기시다 총리가 조만간 사카모토 마사노부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장을 면담할 계획”이라며 “안전성 확보와 풍평 피해 대책을 철저히 하겠다는 방침을 직접 전달하고 이해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면담 결과를 근거로 ‘여름 무렵’이라고 밝힌 방출 시기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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