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적으로 찜통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반바지 복장으로 출근하고 싶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기업들 역시 이런 회사원들의 입장을 반영해, 이른바 ‘쿨비즈’ 패션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눈치가 보여,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푸념도 나온다.
앞서 지난 12일 대한항공 사내 소통 게시판에는 ‘비도 오고 더워서 반바지를 입고 출근했는데, 지적받았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이어 ‘복장 자율화’라지만, 눈치 보며 고민하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쿨비즈 복장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직접 댓글을 달았다. 조 회장은 “반바지 입고 출근하는 건 직원의 개인 의사다. 누구도 뭐라 하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회장이 나서 반바지 복장에 대한 생각을 밝히자, 논란은 일단락됐다.
반바지 착용 출근 권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6년 직원들의 반바지 출근을 허용했다. 2018년 LG전자, 2019년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잇달아 복장 자율화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조직 문화’가 걸림돌이라는 말이 많다. 40대 직장인 박민우 씨는 “회사에서 반바지를 입고 일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며 “누가 진짜 반바지를 입고 나올 수 있냐”라며 반문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사내 문화가 반바지를 입어도 문제가 없다면, 입을 수 있다. 그러나 보수적인 조직이면 어렵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반바지 착용 근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2020년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200명을 대상으로 여름철 자율 복장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76.4%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10명 중 9명(89.4%)은 업무효율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율 복장이 가능한 직장인’들은 전체 응답자의 34.5%에 그쳤다. 재직 중인 직장 형태별로는 중소기업(38.5%), 중견기업(27.8%), 대기업(22.7%) 순이었다.
쿨비즈 패션 논란에 대해 기업 관계자들은 회사 방침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한 기업 인사 관련 담당자는 “회사에서 반바지 차림 출근을 허용했다면, 문제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유로운 분위기도 좋지만, 기업은 성과를 내는 조직이라, 일의 능률을 올리기 위한 조처다. 그런 차원에서 쿨비즈 패션을 허용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눈치를 주는 직원이 있다면, 업무 방해는 아니지만, 회사가 왜 반바지 착용을 허용케 하는지 이해를 못 하는 직원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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