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한미일정상회담으로 결속 강화…남북 모두 ‘전략적 모호성’은 버려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전승절'(정전협정기념일) 외교로 코로나19 빗장을 푼 북한이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권위주의 진영 연대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겠다고 예고했다.
북중러의 공조가 긴밀해지는 가운데 한국도 다음 달 한미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자유주의 진영과 결속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세 전개로 한반도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공간은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은 최근 전승절을 전후해 중국·러시아 대표단과 평양에서 가진 교류를 통해 현재의 국제정세에 중러와 ‘공동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발신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리훙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끄는 중국 당정 대표단을 전날 접견한 소식을 전하며 “긴밀한 전략전술적 협동을 통해 복잡다단한 국제정세에 주동적으로 대처”하려는 북중 양측의 입장이 재확인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러시아와는 한 발 더 나가 ‘견해 일치’를 이뤘다는 표현이 등장했다.
북한 관영매체는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6일 면담에서 “국방안전분야에서 호상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과 지역 및 국제안보환경에 대한 평가와 의견을 교환하였으며 견해일치를 봤다”고 밝혔다.
전통 혈맹인 중국보다도 러시아와 오히려 한 몸처럼 보조를 맞추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런 태도는 북한이 선명한 전략적 노선을 통해 권위주의 진영에 확실히 편승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중 경쟁 속에서도 여전히 대미 관계를 관리하는 중국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과 정면으로 대립하는 러시아에 편승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은 특히 군사 분야 교류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쇼이구 장관의 방북에 대해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 시기 파기된 조소(북러) 간 동맹관계의 심리적 복원 의미가 있다”며 북러 간 단계적으로 군사협력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미일은 북한의 본격적 합류로 한반도를 무대로 한 권위주의 진영의 결속이 더 강화되는 흐름을 경계하며 대응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음 달 18일 미 워싱턴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될 한미일 정상회담은 한층 강력한 3자 대북 공조를 도출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현재로서 한미일의 공조 초점은 외교적 해법보다는 미국의 대한국·대일본 확장억제 강화 및 3자 안보협력 확대 등 군사적 대응에 맞춰져 있는 모습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2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지금으로서는 한반도 비핵화를 향해 나아갈 외교적 경로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런 이유로 “우리(3국)는 함께 작전하고, 훈련하며, 상호 이익이 되는 군사 능력을 개발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한 것은 이런 방향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군사적 공조에 무게를 싣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등에서 대놓고 북한을 비호하는 등 한미일과 북중러가 외교적으로 협력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불가피한 면이 있다.
가치를 함께하는 한미일이 국제사회에서 ‘규칙기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함께 행동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 현재 3국 정부의 인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동력이 약화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우리의 외교 환경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미국과 공조함으로써 생기는 중러의 반발에 대한 대응은 있지만 우리가 대중국 외교, 대러시아 외교를 어떻게 할지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미·대중·대러 외교를 통합해 한국형 좌표와 방향을 정하고 이에 따라 대처해야 한다”며 “그것이 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중국, 러시아와는 내밀한 이야기를 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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