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대형견·쓰레기방치’ 따지러 간 입주자대표가 주거침입죄?[서초동 법썰]

아시아경제 조회수  

서울 종로구의 한 빌라 단지에서 벌어진 소동이다. 2020년 11월4일 저녁 8시. 총 9개 동 120여세대로 구성된 이 단지의 입주민 대표 A씨(54·여)가 주민 B씨(72·여)의 집 문을 두드렸다. 1층에 사는 B씨는 평소 빌라의 공유 공간에서 대형견을 키우거나 각종 쓰레기를 방치해 다른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그간 A씨는 문제 해결을 위해 거듭 대화를 시도했지만, B씨는 번번이 “나를 찾아오지 말라”며 만남을 거부했다.

이날도 B씨네 현관문은 열리지 않았다. 분노가 폭발한 A씨는 B씨가 집 밖 베란다에 둔 화분을 현관문에 던져 깨뜨렸다. 검찰은 이를 ‘주거침입’ 행위로 판단해 기소했다. A씨가 B씨네 빌라 건물 1층 공동 출입문을 통해 공용 복도를 거쳐 현관문 앞까지 들어가 B씨의 주거에 침입했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2009년 대법원은 “공동주택 공용 부분도 거주자들의 주거의 평온을 보호해야 할 ‘사람의 주거’에 해당한다”며 빌라와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내부 엘리베이터, 공용 계단, 복도에 주민의 의사에 반해 침입할 경우 주거침입죄가 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형사재판 피고인이 된 A씨는 법정에서 무죄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B씨와 대형견 사육, 쓰레기 방치 등 문제를 면담하기 위해 찾아갔을 뿐”이라며 “형식적으론 주거침입 행위로 볼 수 있는 일이 벌어졌다고 해도, A씨에겐 B씨를 찾아간 특별한 배경이 있으므로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1심은 “A씨는 유죄”라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방문했을 때 B씨의 집엔 아무도 없었다. 화가 난 A씨가 건물 밖에서 화분 등을 들고 와 현관문 앞까지 들어간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는 정당한 행위가 아니다”고 말했다.

A씨는 불복했고, 항소심에선 판결이 뒤집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1부(재판장 임재훈)는 1심 판결을 깨고 최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B씨네 집에 직접 침입했다기보다 화분을 깨부수는 등 단순히 소란을 피운 것에 가깝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검사가 낸 증거들만으론, A씨가 공동 출입문과 공용 복도를 거쳐 B씨네 현관문 앞에 들어간 행위가 공동주택 거주자의 주거의 평온 상태를 해치는 행위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거주민이자 입주민 대표인 A씨에게도 빌라의 공용 부분을 사용하고 통행할 권한이 있다. 당시에도 경비원의 통제를 받거나 일정한 잠금 장치를 해제하는 행위 없이 평온한 방법으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또한 “A씨가 공용 부분을 침입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B씨네 현관문에 화분을 던져 깨진 파편이 그 앞에 흩어진 일은 B씨의 전용 부분만 놓고 주거치입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그 땐 B씨네 집에 아무도 없었으므로, 현관문이 열린 사실이 없다. A씨의 신체 일부가 전용 부분 안으로 들어가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검사가 상고하지 않아 무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아시아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댓글0

300

댓글0

[뉴스] 랭킹 뉴스

  • 남녀공학 반대 동덕여대 시위 3일째… ‘페인트 구호’ 속 대면수업 중단
  • 최유진 유진온뮤직 대표 "내년 3월부터 ‘영재원 프로젝트’ 시작"
  • 위기의 계열사 구한 '최태원·구광모의 남자'는 누구
  • 친한계 '특검' 일축에도 유승민·안철수 "김건희 특검 받아야"
  • 두산에너빌리티, 발전용 가스터빈 ‘올해의 10대 기계기술’ 선정
  • 예산군, 국제슬로시티 재인증 현장실사 받아

[뉴스] 공감 뉴스

  • “100m 달리고 이륙”…해군, 독도함서 고정익 무인기 ‘모하비’ 첫 전투시험
  • 현대바이오, 반려견 전용 '무고통' 항암제 임상3상 착수
  • 우원식 의장, 파나마 대통령과 기후·환경문제 공동 대응 방안 모색
  • [기획] 조안면 26살 죽음의 고리 더 옥좨온다
  • "귀농 막연한 기대 없애야"…직접 만지고 느끼는 귀농체험
  • 순창군, 전방위 겨울철 제설대책 수립

당신을 위한 인기글

  • 관광명소가 많아서 주말 나들이 코스로 좋은 양평 맛집 BEST5
  • 골라 먹는 재미를 더해는 어묵 맛집 BEST5
  • 구수한 매력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청국장 맛집 BEST5
  • 입안 가득 퍼지는 고기 본연의 기분 좋은 육향, 생갈비 맛집 BEST5
  • 특수 대본·11개월 엠바고, ‘오징어 게임2’는 어떻게 철통 보안을 지켰나
  • ‘투샷’만으로 설렌다…정유미·주지훈이 그릴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
  • [오늘 뭘 볼까] 3km 길이 필름에 담긴 아픔..다큐 영화 ‘되살아나는 목소리’
  • 폴 메스칼 ‘글래디에이터Ⅱ’, 박스오피스 새 강자 예고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짠한 눈빛…” 남편과 사별한 뒤 사강이 힘들어하는 건 그 무게감이 너무 이해된다

    연예 

  • 2
    “도슨은 시즌 초반에 안 되니까…” 영웅들 복덩이 외인 3인방, 어쩌면 전원교체? 그 선수는 일단 잠잠

    스포츠 

  • 3
    르노인가 했더니 “일본차?”…마스터보다 더 센 것 온다

    차·테크 

  • 4
    4분 44초짜리 영화가 영화관에서 개봉했다: 그럼 푯값은 과연 얼마일까?

    연예 

  • 5
    고영표, 프리미어12 대만전 선발 출격...린여우민과 맞대결

    연예 

[뉴스] 인기 뉴스

  • 남녀공학 반대 동덕여대 시위 3일째… ‘페인트 구호’ 속 대면수업 중단
  • 최유진 유진온뮤직 대표 "내년 3월부터 ‘영재원 프로젝트’ 시작"
  • 위기의 계열사 구한 '최태원·구광모의 남자'는 누구
  • 친한계 '특검' 일축에도 유승민·안철수 "김건희 특검 받아야"
  • 두산에너빌리티, 발전용 가스터빈 ‘올해의 10대 기계기술’ 선정
  • 예산군, 국제슬로시티 재인증 현장실사 받아

지금 뜨는 뉴스

  • 1
    사사키 로키의 '다저스 이적'에 미국 전문지가 반대 의견 표명...그 배경은?

    스포츠 

  • 2
    SK, 워니의 42점 활약으로 DB 제압…4연승 단독 선두!

    스포츠 

  • 3
    "한국 선발 알려주면 대만 선발 알려줄게" 공개하니 '쌩~'…끝까지 공개 안 하더니 예상 대로네? [MD타이베이]

    스포츠 

  • 4
    '충격' 경질된 지 한 달도 안됐는데...텐 하흐, 로마 차기 사령탑 후보로 '급부상'→재취업 기회 잡을까?

    스포츠 

  • 5
    100마일 던지는 배지환 팀 동료 '콧수염 에이스', 1점대 ERA+두 자릿수 승리→신인상+사이영상 최종후보 선정

    스포츠 

[뉴스] 추천 뉴스

  • “100m 달리고 이륙”…해군, 독도함서 고정익 무인기 ‘모하비’ 첫 전투시험
  • 현대바이오, 반려견 전용 '무고통' 항암제 임상3상 착수
  • 우원식 의장, 파나마 대통령과 기후·환경문제 공동 대응 방안 모색
  • [기획] 조안면 26살 죽음의 고리 더 옥좨온다
  • "귀농 막연한 기대 없애야"…직접 만지고 느끼는 귀농체험
  • 순창군, 전방위 겨울철 제설대책 수립

당신을 위한 인기글

  • 관광명소가 많아서 주말 나들이 코스로 좋은 양평 맛집 BEST5
  • 골라 먹는 재미를 더해는 어묵 맛집 BEST5
  • 구수한 매력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청국장 맛집 BEST5
  • 입안 가득 퍼지는 고기 본연의 기분 좋은 육향, 생갈비 맛집 BEST5
  • 특수 대본·11개월 엠바고, ‘오징어 게임2’는 어떻게 철통 보안을 지켰나
  • ‘투샷’만으로 설렌다…정유미·주지훈이 그릴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
  • [오늘 뭘 볼까] 3km 길이 필름에 담긴 아픔..다큐 영화 ‘되살아나는 목소리’
  • 폴 메스칼 ‘글래디에이터Ⅱ’, 박스오피스 새 강자 예고

추천 뉴스

  • 1
    “짠한 눈빛…” 남편과 사별한 뒤 사강이 힘들어하는 건 그 무게감이 너무 이해된다

    연예 

  • 2
    “도슨은 시즌 초반에 안 되니까…” 영웅들 복덩이 외인 3인방, 어쩌면 전원교체? 그 선수는 일단 잠잠

    스포츠 

  • 3
    르노인가 했더니 “일본차?”…마스터보다 더 센 것 온다

    차·테크 

  • 4
    4분 44초짜리 영화가 영화관에서 개봉했다: 그럼 푯값은 과연 얼마일까?

    연예 

  • 5
    고영표, 프리미어12 대만전 선발 출격...린여우민과 맞대결

    연예 

지금 뜨는 뉴스

  • 1
    사사키 로키의 '다저스 이적'에 미국 전문지가 반대 의견 표명...그 배경은?

    스포츠 

  • 2
    SK, 워니의 42점 활약으로 DB 제압…4연승 단독 선두!

    스포츠 

  • 3
    "한국 선발 알려주면 대만 선발 알려줄게" 공개하니 '쌩~'…끝까지 공개 안 하더니 예상 대로네? [MD타이베이]

    스포츠 

  • 4
    '충격' 경질된 지 한 달도 안됐는데...텐 하흐, 로마 차기 사령탑 후보로 '급부상'→재취업 기회 잡을까?

    스포츠 

  • 5
    100마일 던지는 배지환 팀 동료 '콧수염 에이스', 1점대 ERA+두 자릿수 승리→신인상+사이영상 최종후보 선정

    스포츠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