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조모씨(33)가 “감정이 복잡하다”며 경찰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씨가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등 계획범죄에 무게를 두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조씨의 신상공개 여부는 26일 오후 결정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살인·살인미수·절도 등 혐의를 받는 조씨는 전날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PCL-R)를 거부했다. 경찰은 25일 오후 1시30분께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검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조씨는 자신의 감정을 정리할 수 있는 자술서를 쓰겠다며 검사를 미뤘다. 이후 조씨는 검사를 거부하며 자술서를 가지고 유치장으로 돌아갔다. 자술서는 유치장 보관 물품에 맡겨졌는데, 이는 압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어떤 내용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조씨가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조씨는 범행 전날인 지난 20일 오후 5시께 자신의 아이폰XS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초기화하고 처음 웹 브라우저에 접속한 시간은 오후 5시58분께였다. 조씨는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후 이번 사건과 관련된 검색기록, 통화기록, 메시지, 사진 등을 남기지 않았다. 또 평소 쓰던 데스크톱 PC 1대도 망치로 부쉈다. 경찰은 조씨의 자택에서 PC를 부순 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망치를 발견하고 해당 PC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작업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후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조씨의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피의자가 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충분할 때, 알 권리 보장 및 재범방지·범죄예방 등 공익에 부합할 때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 조씨의 신상이 공개된다면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이경우(36)·황대한(36)·연지호(30)·유상원(51)·황은희(49)와 부산 과외교사 살인 사건의 정유정(23)에 이어 올해 7명째다.
조씨는 지난 21일 오후 2시7분께 신림동 골목에서 흉기난동을 벌여 20대 남성 1명을 살해하고 30대 남성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는 현장에서 긴급체포됐고 지난 23일 구속됐다.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