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 조모씨가 지난 23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
‘서울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현장을 직접 목격한 인근 상점 주인이 피의자 조모씨(33)와 눈이 마주쳤던 순간을 떠올렸다.
A씨는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저는 번화가 입구 쪽에서 상점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는 밤에 유동 인구가 많고, 낮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한산하다”고 밝혔다.
그는 “사건 발생 시간에는 상점들이 오픈 준비하던 시간이었다”며 “저도 준비하고 은행에 가려던 중에 ‘쿵’ 소리가 났다. 그 시간에 쿵 소리가 날 일이 없기 때문에 놀라서 밖에 나가 보니까 (피해자가) 바닥에 누워서 버둥거리고 있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검은색 옷 입은 사람이 오른손에 30cm 정도 되는 흉기를 들고 발버둥 치는 사람에게 휘두르고 있었다”며 “피해자는 소리 지르다가 조용해졌고, 범인은 피가 뚝뚝 흐르는 흉기를 들고 도망가더라. 저는 놀라서 가게에 들어와 경찰에 신고했다”고 회상했다.
A씨는 “범인과 눈이 마주쳤다. 무서워서 문 잠그고 있는데, 갑자기 고등학생 여자아이 2명이 울면서 뛰어오더니 ‘죄송한데 여기 들어가면 안 되냐’고 하더라”며 “얼굴이 노랗게 변해서 눈물바다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파에 앉아 엎드려 울길래 ‘도망가서 괜찮다’고 했더니 범인이 도망간 쪽이 집으로 가는 방향이라 못 나가더라”며 “그래서 경찰 올 때까지 있으라고 하고 달래줬다. 어느 정도 수습된 다음에 나가는 쪽으로 데려다줘서 아이들은 무사하게 돌아갔다”고 덧붙였다.
A씨는 “범인이 팔을 높게 드는 등 행동이 굉장히 컸다. 눈빛은 당황한 눈빛이었다”며 “그렇게 막 미친 듯이 보이진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서울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현장에서 한 시민이 피해자를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사진=뉴스1 |
앞서 지난 21일 오후 2시7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서 조씨가 행인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30대 남성 3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1명은 치료받고 퇴원했으며 2명은 치료 중이다.
조씨는 범행 직후 피가 묻은 채로 거리를 활보하다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는 체포 직전 “살기 싫다”며 흉기를 내려놓은 채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내가 불행하게 살기 때문에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 분노에 가득 차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을 복용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간이시약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왔고,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 조씨는 전과 3범에 소년부 송치 전력 14건 등 전과와 수사 경력 자료가 총 17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씨가 펜타닐 복용을 주장했던 것에 대해 승재현 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CBS라디오에서 “우리나라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하면 사형을 선고하지 않는다”며 “어떻게 하면 형량을 낮출 수 있는지 이미 교정 시설에서 다 배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조씨는 20~30대 남성들만 공격했다. 또래 남성들에 대한 개인적인 분노가 세상 밖으로 나왔던 것”이라며 “분노는 3단계로 만들어진다. 시기와 질투가 미움으로, 미움이 분노로 바뀐다. 시기와 질투를 없앨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3일 살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씨에 대해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조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제 모든 게 예전부터 너무 안 좋은 상황에 있었다”며 “(범행은) 제가 잘못한 일이다. 저는 그냥 쓸모없는 사람이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만큼 조씨의 신상 공개를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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