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변에서 아직도 마스크를 쓰냐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예민한 사람으로 취급받는 것 같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죠.”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박용준씨(34)는 낮 기온이 30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마스크를 썼지만 주변 눈치가 여간 보이는 게 아니다. 박씨는 “마스크를 계속 써야 할지 벗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날 퇴근길 사람들로 꽉 찬 서울 지하철 2호선과 5호선에서도 마스크는 10명 중 1명꼴로만 끼고 있었다. 마스크 착용자도 대부분은 중장년층이었다. 지하철에서 만난 이헌주씨(63)는 “코로나19를 한 번 앓았는데 후유증이 너무 심했다”며 “나이가 있는 만큼 안전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 중”이라고 말했다.
중장년층은 고위험군이라는 인식이라도 있지만, 젊은층에서는 마스크 미착용이 자연스러워지면서 쓴 사람이 ‘별종’ 취급을 받는 일도 종종 있다. 강소리씨(37)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기침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아이를 키우고 있다 보니 아무래도 최대한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지만 신경이 쓰인다”고 토로했다. 박재성씨(36)도 “회사에서 혼자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지나가면서 누군가 ‘다른 팀원을 믿지 못해서 그러냐’는 농담 섞인 말을 하는데, 불쾌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3만명에 육박하면서 재유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노(No)마스크’ 시대를 맞이하면서 오히려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이 눈치를 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마스크 착용 의무는 지난달부터 병원을 제외하고 전면 해제됐지만, 여전히 권고사항으로 남아 있다. 방역당국은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자, 요양시설, 확진자 등의 착용을 더욱 권하고 있다.
마스크 미착용은 이미 대세가 됐다. 이러한 추세는 마스크 판매량에서도 확인된다. 주요 편의점의 이달 1일부터 18일까지 마스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9~51.5% 급감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마스크를 벗는 것이 보편화되고, 전반적인 방역이 느슨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달 2주차(9~15일) 일평균 확진자 수는 2만6708명으로 직전 주보다 5000명 가까이 늘었다.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야외 활동과 이동이 늘어나면서 확산세가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아직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어서 감염자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시기이지만, 요양병원 집단감염·고령자 보호 등에 대한 관리는 필요해 보인다”며 “현재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는 상황인데 마치 벗어도 되는 것처럼 돼버렸다. 방역당국에서 적절한 메시지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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