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이 담임 교사를 폭행하는 천인공노할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해당 초등교사의 남편이 심경을 고백했다.
19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제 아내가 폭행을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게재됐다.
이날 해당 게시글 작성자 A씨는 “제 와이프는 초등교사”라며 “연애 때부터 학교 이야기를 참 많이 했다. ‘이런 애가 있다’, ‘얘는 나를 은근(?) 좋아하는 것 같다’ 등 ‘참 웃음이 많구나’ 긍정적이고 밝은 매력에 결혼까지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다만 그는 “올해는 (아내의) 반에 분노 조절이 안 되는 아이가 한 명 있다고 하더라. 솔직히 처음엔 그래 봐야 욕 좀 하고 소리 지르고 물건이나 집어 던지는 남자아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개학 이틀 차 화가 나서 밥 먹던 여자애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며칠 뒤엔 남자애를 때리고 발로 밟고 그다음 주엔 남자애를 때려서 막았더니 제 아내를 때리더라”고 설명해 충격을 자아냈다.
이에 대해 A씨는 “‘뭐 이런 애가 다 있나 싶었다’ 더 황당한 건 부모에게 전화했지만 ‘미안하다’, ‘괜찮냐’는 말 한마디가 없었단 것”이라며 “우리 애가 소리에 민감하다. 혹시 싸움을 말리려다 그런 건 아니냐는 둥 별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더라. 아내는 괜찮다 했지만 그 이후 정신과를 다니고 불면증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런 아내에게 힘들면 병가 내고 몇 달 쉬라고 했지만 아직 3월이고 예쁜 아이들도 많다며 더 해보겠다고 했다”며 “항상 아침이면 짐을 한 보따리 챙겨 학교에 갔다. 초코파이 먹으며 시를 짓겠다, 레몬청으로 에이드를 만들며 비율을 공부한다, 고래밥에 어떤 생물이 제일 많은지 그래프를 그리겠다 등 무슨 공부를 먹을 걸로 하는지, 얼마 되지도 않는 월급을 다 학교에 쓰는 구나 싶었다”고 열정 넘치던 아내의 모습을 회상했다.
하지만 A씨는 “그러는 동안에도 그 녀석은 계속 친구를 때리고 제 아내에게 ‘XOO’, ‘인성OOO’라며 욕하고 어떤 날은 기분이 나쁘면 아동학대다, 또 기분 나쁘게 하면 신고하겠다 협박까지 했다”며 “영어 시간이니 영어실에 가야 한다고 말한 것뿐인데, 정 힘들면 출석 체크하고 교실에 와서 쉬라고까지 얘기했다는데 대체 무슨 심사가 꼬여 기분이 나쁘다는 건지 당최 이해를 할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이어 A씨는 해당 학생의 만행에 대해 “게임 유튜브를 보여달라느니, 수업에 안 가게 해달라느니 되지도 않는 걸 요구해 놓고 안 된다고 하면 욕을 하고 교실 여기저기를 쿵쿵 치며 불만을 표출하는 그 녀석에게 왜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는 건지”라며 ‘교장실에 전화해 따지고 싶었지만 아내 성격상 그런 일은 불편해할 걸 알기에 참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아내는 그런 막돼먹은 녀석에게도 마음을 열어보겠다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는 그 녀석에게 색연필 세트와 스케치북을 사주었다. 심지어 그 녀석이 체스를 좋아한다고 체스를 사서 같이 해줘야 하니까 알려달라고 하더라”며 “아내는 항상 괜찮다고 다들 많이 도와주신다고 했고 저도 회사 일이 바빠 한두 달 전보다 신경쓰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A씨는 “6월의 마지막 금요일, 아내에게 전화가 왔고 한참을 울다가 그 녀석에게 맞았다고 하더라. 학기 초 선생님과 친구들을 때려 주 2회 배정된 상담 수업 시간이 있는데 체육 시간과 겹쳤고 그 시간을 안 바꿔줬다고 때린 것”이라며 “다음 주에 상담 시간 아닐 때 체육 한 번 더 하게 해준다고까지 말하며 설득했는데 통하지 않았고 아내 책상 위에 있던 책을 집어던지더란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아내에게 ‘어쩌라고 XOO야’라며 욕을 하고 왜 또 욕을 하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그럼 때려줄까?’라고 했단다. 주먹질, 발길질을 당한 뒤 ‘살아야겠다’ 싶어서 계속 맞아가며 전화기를 잡으러 가니 가위를 던졌다고 하더라. 이거 특수폭행 아니냐?”며 “순간 화가 뻗쳤다. 잘해준 건 하나도 기억 못 하고 자기가 해달란 거 안 해준다고 사람을, 선생님을 그렇게 패는 아이가 어딨냐. A4 사이즈만 한 탁상 거울도 던졌다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심지어 A씨는 “아내는 그 상황에서도 요즘은 소리 지르면 정서적 학대라는 말을 어디서 들어서 소리도 못 지르고 머리만 감싼 채 참았다고 한다. 무슨 그런 바보 같은 말이 다 있냐고, 그게 왜 학대냐고… 요즘 교사들의 현실이 다 이런 건지 한숨이 나서 화도 못 내겠더라”며 “급하게 아내가 있는 병원으로 달려니 코피가 나고 부은 얼굴, 얼굴과 팔다리의 멍, 찢어진 입 안, 반깁스를 한 손, 머리와 왼쪽 목, 허리가 너무 아프다는 아내는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고 알려 경악을 더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사실 아내는 3월에 맞고 나서부터 종종 그 아이가 또 때리면 어떻게 할지 상상했다고 한다”고 전한 A씨는 “상상 속에선 쿨하게 112에 신고했는데 현실에선 그렇지 못했다고 하더라”며 “하루 이틀 지나자 멍은 여기저기 더 올라오고 2~3일은 몸이 욱신거린다며 누워만 있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토닥거리며 안아주려는 찰나 아내가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서더라. 뭔가 잘못됐다 생각이 들었는데 아내가 손이 닿으면 맞을 때의 느낌이 떠오른다고 하더라”고 설명해 안타까움을 유발했다.
나아가 그는 “주말 내내 아내는 학교 꿈을 꾸다 잠에서 깨어 흐느꼈다. 함께 찾아간 병원에서는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 우울증세, 불안장애 등의 진단을 받았다. 아내는 참 웃음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눈물이 많은 사람이 되었다. 빨래를 개고 밥을 먹다가도 때리던 그 아이의 표정이 떠오른다고 눈물을 흘린다”며 “잠 못 자고 밥 못 먹고 울기만 하는 아내는 매일 눈이 붓고 야위어만 간다”고 토로했다.
A씨는 “그런데도 그 부모는 전화 한 통 없다”며 “학교에 전화해 보니 학교엔 전화가 왔었다고 한다. 미안하긴 하다는 말로 시작했지만 ‘우리 애 탓만은 아니다’, ‘선생님도 잘못이 있다’고 했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이 돌았다. 제대로 된 반성이 없는 이 집.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평생 제 아내 탓이라고 말하고 다니겠구나. 그 장면이 상상되어 아주 치가 떨린다”고 밝혔다.
또 그는 “학교에서는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린다는데 아주 한참 뒤에 열리더라. 성인도 3주쯤 지나면 기억하는 부분이 적은데, 초6은 어떨지”라며 “뭐가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 따졌지만 절차라더라. 처음엔 제 전화를 받던 교장도 이젠 받지 않는다. 다행히 아내 주변에 좋은 동료들과 든든한 부장님들이 계신다. 너무 감사하게도 몇몇분이 도와주셔서 이렇게 알릴 수 있게 됐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이런 상황에서도 차별을 해서 그랬다며 끝까지 제 아내 탓을 하는 그 집 부모에게 너무 화가 난다”며 “최근까지도 졸업앨범 촬영 때 소품을 챙겨오지 않은 아이에게 사비들여 산 소품을 챙겨주며 ‘이거 들고 찍으면 더 예쁘지 않을까?’라고 신경 써주던 아내의 마음은 다 잊으셨나 보다”고 분노를 드러냈다.
앞서 지난 18일 SBS는 서울에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반 학생에게 폭행당해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당시 담임 교사 B씨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할 수 없을 것 같다”라며 울먹였다.
이 소식에 1800명 넘는 교사는 심각한 교권 침해라며 탄원서 작성에 동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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