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17대가 물에 잠겨 사상자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 극적인 역주행으로 탈출에 성공했던 시민이 “1분만 더 있었다면 죽었을 것”이라며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지하차도 침수 사고에서 생존한 구민철씨(55)는 17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사고 당시) 앞에 있는 버스가 비상등을 켜길래 (차에서 내려) 앞을 보니 웅덩이가 차 있더라”라고 전했다.
구씨는 사고가 벌어진 지난 15일 오전 8시30분께 해당 지하차도에 진입했다. 인근 미호강에서 제방이 붕괴하면서 약 8만톤(t)에 이르는 흙탕물이 차도로 밀려든 시점이었다.
구씨는 “차선 반대편 오르막 차로에서는 차 몇 대가 비상등을 켜고 올라가려는 모습이 보였다”라며 “물이 벌써 이렇게 차 있는데, 제가 봤을 때는 (물이) 버스 (앞) 바퀴까지 왔다. 다시 차에 탔을 때는 뒷바퀴까지 (물이) 갔다. 제 차를 못 돌렸다면 물이 제 차까지 먹었을 것”이라며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따로 안전 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고 전했다. 구씨는 “(탈출한 건) 본능이었다”라며 “제가 1차선으로 역주행했는데, 2차선으로 다른 차들이 붙더라. 창문을 내려서 계속 (차를) 돌리라고 손짓을 하면서 역주행을 했다”라고 회상했다.
구씨를 비롯한 역주행 차들의 탈출 모습은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도 블랙박스 영상으로 올라와 유명해졌다. 영상을 보면 흙탕물이 차도 바닥부터 차오르는 가운데 물살을 헤치며 터널을 통과하는 차들이 보인다.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17일 기준 지하차도에서 발견된 사망자는 총 14명이다. 차도 내부에서 침수된 차량은 17대로 확인됐으며, 차량 내부 수색과 인양 작업은 모두 마무리됐다.
차도에 찬 물을 빼고 실종자를 수색하는 작업에는 경찰, 소방, 공무원을 비롯해 총 486명이 동원됐다. 대용량 펌프, 굴삭기 등 장비 81대도 투입됐다.
한편 국무조정실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 경찰, 소방당국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감찰에 나설 방침이다.
국조실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사고 전 궁평2지하차도에 대한 교통 통제가 적시에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이유를 밝히기 위해 관련 안전조치 내역을 살펴보고, 임시 제방 공사와 관련된 각종 행정기록 등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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