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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값 내리던 정부 ‘교통요금 인상’엔 뒷짐…공공요금 줄줄이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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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지하철역 개찰구에서 승차하는 모습.[사진제공=뉴시스]
서울의 한 지하철역 개찰구에서 승차하는 모습.[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서울시가 시내버스·지하철 요금 인상을 결정하자 다른 지차체들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서 전기 등 공공요금 제어에 적극적이던 정부가 교통요금 대책 마련에 미온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는 10월 7일부터 지하철 기본요금이 1250원에서 1400원으로 150원 인상된다. 시내버스는 오는 8월 12일부터 1200원에서 1500원으로 300원 오를 예정이다.

서울시의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지난 2015년 6월 이후 8년 1개월에 이뤄졌다. 당초 지하철 요금은 300원을 인상하려 했으나, 정부의 공공요금 동결 기조에 발맞춰 다음 해에 150원을 추가로 올릴 전망이다.

서울시는 올해 4월로 예정했던 교통요금 인상 시점을 늦추긴 했지만, 지하철과 버스의 누적된 적자 등으로 인해 더 이상의 요금 동결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현재 서울교통공사 누적 적자는 17조6000억원, 시내버스의 누적 부채는 8983억원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맏형’ 역할을 하는 서울시가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자, 다른 지역에서도 하나둘씩 인상 계획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에 앞서 인천, 대구, 광주시도 고물가에 따른 운송 비용 증가로 이유로 지하철 요금을 이달 1일부터 올린 바 있다.

서울시 이후로도 울산시가 시내버스 요금을 다음 달 초부터 최대 19.6% 인상할 예정이며, 부산시도 올 하반기 지하철·시내버스 요금 인상을 검토하는 등 지자체가 줄줄이 교통요금을 인상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 대학 단체와 '대학교육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 대학 단체와 ‘대학교육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인상폭 줄이기에 ‘소극적’인 중앙정부

서울시의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지난해 말부터 예고돼 왔다. 서울시는 65세 이상 노인 무임승차 등으로 인해 지하철 및 버스 운영기관의 적자를 더는 감당할 수 없다며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에 예산 지원을 요구했다.

서울시 오세훈 시장은 지난 1월 자신의 SNS를 통해 “그동안 회사채를 발행해 버텨왔지만 이제는 한계에 봉착했다”며 “민간 기업이었으면 서울 지하철은 이미 파산상태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들의 교통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이제라도 기재부가 적극적으로 해당 문제에 나서야 한다”며 “난방비만이 아니라 교통비도 민생”이라고 호소했다.

이처럼 서울시 측은 무임승차 등에 따른 손실의 일정 부분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며 기재부를 압박하고 나섰지만, 정작 정부는 시의 요청에 난색을 보였다.

기재부는 지하철 요금 및 무임승차 허용 여부 등은 지자체 고유의 사무이므로, 이에 따른 손실보전도 지자체가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아울러 중앙정부는 이미 안전 강화 차원으로 매년마다 적지 않은 예산을 지하철 운영 지원 등에 투입하고 있으며, 서울시에게만 무임승차 손실 비용을 보전해 준다면 자체 예산으로 지하철을 운영 중인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발생한다며 선을 그었다.

이같은 기재부의 입장에 오 시장은 지난 3일 서울시청에서 이뤄진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교통 요금 인상과 관련된 질문에 “그동안 요금 인상을 자제해 왔던 서울시로서는 고육책”이라며 “서울시는 최소한 300원은 올려야 적자 상태를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중앙정부, 특히 기재부에 SOS를 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돌아온 답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냉정한 리액션이었지만 300원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고 다만 인상 시기를 조절해서 정부와 꾸준히 협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기재부는 서울시와 대화를 단절한 채 대립각을 세웠을 뿐, 이 과정에서 대중교통 인상폭을 줄이기 위한 해법 마련에 나서지 않았다.

특히 기재부는 한국전력공사의 적자를 만회하기 위한 전기요금 인상을 제어하거나 라면, 제과 등의 가격 인하를 위해 민간기업을 압박까지 하는 등 물가를 낮추기 위해 적극적이었던 것에 비해 이번 교통요금 대책 수립에 미온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렇듯 올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7%로 2%대를 기록하며 물가 안정 기조가 이어지던 시점에서 교통요금이 변수로 떠오르자, 시민들은 물가 상승에 대한 불안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이창양 총재도 이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 총재는 전날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공공요금이 추가로 오른다면 물가 전망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인하대 경제학과 이명운 교수는 “현재 정부가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재난지원금 지원 등으로 인해 재정적인 상황이 열악한 실정인 것을 사실”이라며 “하지만 기재부를 포함한 중앙정부는 ‘시민의 발’인 교통요금에 관련해서 장기간 고민해야 하고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정부는 서민과 약자에 눈높이를 맞추고 관심 기울여야 하며 지자체와도 소통, 협력해 함께 서민경제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며 “지자체, 여당 등도 더욱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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