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니스 |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1년여 만에 최대 낙폭으로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4일 나왔다. 부산·경남(PK)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양평-서울 고속도로 백지화 문제도 하락의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尹대통령 지지도, 한 주만 6% 하락…취임 후 두 번째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6.27. /사진=뉴시스 |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전 주 대비 6%p(포인트) 떨어진 32%를 기록했다.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전 주보다 3%p 오른 57%로 나타났다. ‘어느쪽도 아니다’는 3%, ‘모름/응답거절’은 8%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부정 평가 이유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와 ‘외교’가 각각 14%로 1위였고, ‘독단적·일방적'(8%), ‘경제·민생·물가'(6%) 등이 뒤를 이었다. ‘양평 고속도로 문제’는 1%에 불과했다.
‘외교’는 부정 평가 이유의 32%를 차지하며 긍·부정 평가에 모두 영향을 미쳤다. 이어 긍정 평가 이유로 ‘결단력·추진력·뚝심'(7%), ‘노조 대응'(6%)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갤럽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 주만에 6% 하락한 것은 올 들어 최대 낙폭이라고 밝혔다. 취임 이후로는 지난해 7월1주 차 조사에서 6%p 하락(43%→37%)한 이후 두 번째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급락 원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등 지도부들이 15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아 수산물로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2023.06.15. /사진=뉴시스 |
한국갤럽은 “지난주 IAEA(국제원자력기구) 최종보고서 공개 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확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며 “가능성의 기정사실화, 야권의 공세 강화 등이 그간 관망했던 정치 저관심층, 해양수산 관련업 비중이 큰 남부권에 영향을 준 것으로 짐작된다”고 밝혔다.
세부 지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부산·울산·경남은 11%p, 자영업은 14%p 각각 떨어졌다. 무당층 지지율은 전 주보다 11%p 하락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주 발표된 뉴시스와 데일리안 여론조사에서도 공통적으로 부·울·경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다. 여기에다 자영업 지지율이 떨어졌고 ‘모름, 무응답’이 늘었다”며 “우리 쪽 지지층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로 지지를 유보하면서 응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통령실에선 윤 대통령이 이번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폴란드를 방문하며 세일즈 외교에 집중하는 가운데 여당이 민주당의 오염수 등 각종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책임론도 거론하고 있다.
다만 한국갤럽은 “이번 한 주간의 조사 결과만으로는 급변 원인을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전화면접으로 진행되는 한국갤럽의 주간 여론조사는 다른 여론조사 업체의 조사에 비해 변동폭이 크지 않은 편인데, 한 주만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자 정치권에서 여러 설왕설래가 나오고 있다.
양평 고속도로 의혹, ‘기저’ 원인 됐나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한 쪽에선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하락 원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보단 양평고속도로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오염수 이슈는 수개월 동안 지속됐지만 윤 대통령 지지도에 별 영향을 주지 않았는데, 별안간 이번주에 급속도로 지지도를 끌어내렸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부정 평가 이유로 ‘양평 고속도로’를 꼽은 이는 1%에 불과했지만 국민들의 정서 기저에 부정적 인식을 크게 강화했을 수 있다. ‘독단적·일방적'(8%)이란 응답에 양평 고속도로 이슈가 언급된 것이란 시각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후쿠시마 문제는 두 달 가까이 됐는데 지지도에 큰 영향이 없었다. 갤럽의 이번 조사에서도 여당 지지율은 버티고 있지 않나”라며 “김건희 여사의 양평 땅 문제가 직격탄이라고 본다. 국민들이 대놓고 땅 때문이라고는 안 하지만 정서 기저에 깔려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민주당이 박근혜 정부부터 3대째 친일 프레임을 써먹고 있기 때문에 백날 공격해도 먹히지 않고 대통령 지지율도 별로 떨어지지 않았다”며 “근데 지난 주말부터 지지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후쿠시마 이슈를 간신히 버티고 방어하고 있었는데 양평 고속도로 이슈로 둑이 무너진 꼴”이라고 분석했다.
홍 소장은 “국민들이 야권의 후쿠시마 공세에도 지지를 결정하지 않고 관망하고 있었는데 김건희 여사 의혹이 터지니까 1+1처럼 결합돼서 하락요인이 된 것으로 본다”며 “자칫하면 후쿠시마 친일논쟁과 양평 게이트 이중 전선이 형성될 위기”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라며 “후쿠시마 문제의 경우 과학적인 방식으로 풀어가는 것 말고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있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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