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못 받을까 봐 2시간 전부터 병원서 기다려
전공의가 접수 대신 받고 행정직이 환자 옮기기도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장보인 이율립 최원정 기자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의 파업 이틀째인 14일 파업에 참여한 인원이 있는 병원에선 조금씩 환자와 보호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들 병원은 파업이 예고되면서 수술 일정을 조정하고 입원 환자 일부를 퇴원시키는 등 임시방편을 마련했지만 파업이 장기화한다면 진료와 치료에 심각하게 차질을 빚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직 큰 불편이 없다는 환자와 보호자들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서울 한양대병원에서 만난 정모(43)씨는 아버지의 퇴원 수속과 정산마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정씨는 “완전하게 낫지는 않았지만 퇴원해도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저는 좀 찜찜하다”며 “지금 위급한 상황 아닌 이상 다 퇴원시키는 거 같더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퇴원하면서도 정산이 안 돼 비용에 대한 세부내역 없이 ‘가정산’으로 하고 다음 외래 때 다시 해야 한다”며 “파업하는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보호자나 환자들은 애가 타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양대병원은 전날부터 파업으로 입원지원센터 운영을 중단했고, 접수처 앞에도 ‘총파업으로 외래 진료 및 검사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안내문을 붙였다. 입원지원센터는 이틀째 아예 텅 비어있었다.
이 병원 이비인후과에 입원 중이라는 윤순임(79)씨는 “간호사가 부족해서 호출이 잘 안돼 난리”라며 “다들 뛰어다니고 그러더라”며 병동 분위기를 전했다.
한양대병원은 파업으로 인력이 부족해지자 전공의가 외래 진료 접수업무를 맡기도 하고 환자 이송 업무 등에 행정직을 동원했다.
환자들은 파업으로 제시간에 진료받지 못할까 봐 이날 아침부터 일찌감치 병원을 찾기도 했다.
이날 오전 서울 경희대병원 흉부외과 대기실에서 만난 김모(74)씨는 애초 예약한 진료 시간보다 2시간 미리 도착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오전 11시 진료를 위해 9시부터 대기 중이었다.
그는 며칠 전 병원으로부터 파업이니 진료 날짜를 옮겨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기다리더라도 치료받던 병원에서 진료받는 게 낫다고 생각해 병원을 옮기지 않는 쪽을 택했다고 한다.
김씨는 “파업한다고 해서 일찍 왔다”며 “병원에서 날짜를 옮겨달라고도 하고 몇백명 인원 빠진다고 하니까 많이 걱정되고 마음이 불안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곳에서 만난 환자들은 아직 체감할만한 불편은 크지 않다면서도 커지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신경과에 입원 중인 임모(51)씨는 “아직 큰 불편함은 못 느낀다”면서도 “아무래도 대체 인력에 인수인계가 제대로 안 된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경희대병원에서는 병동 간호사 파업으로 인력이 부족해지자 병동과 중환자실의 신규 입원을 제한하고 있다. 다만 응급·위급 환자 수술 등은 그대로 하면서 진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13일 서울 도심에서 2만명 규모의 총파업 대회를 연 데 이어 14일에도 서울 중구 대한문과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산별총파업대회를 이어갔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정부는 정치파업으로 매도하지 말고 대화와 협상에 나서라. 인력대란과 필수의료·공공의료 붕괴를 방치하지 말고 구체적인 이행계획과 실질적 해법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또 보도자료를 통해 “환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병원 측과 협의해 진료 대책을 수립했다”며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파업으로) 의료대란, 심각한 의료공백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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