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를 만진 뒤 ‘살인 진드기’에 물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숨지면서 무서운 질병을 옮기는 진드기에 누리꾼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엔 물리면 죽을 수도 있는 진드기뿐만 아니라 강제로 채식주의자로 변하게 하는 진드기까지 서식하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에 거주하는 49세 여성 A씨가 SFTS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고 병원 치료를 받다 12일 숨졌다. A씨에게 증상이 발열 등 SFTS 증상이 나타난 건 지난 4일. 하루 지나 증상이 심해지자 도내 종합병원에 입원해 SFTS 검사를 받았고, 지난 6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 끝내 숨졌다.
역학조사 과정에서 A씨는 특별한 외부 활동은 없었지만 양성 판정을 받기 4일 전 길고양이와 접촉했다고 말했다.
SFTS는 바이러스를 보유한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려 걸리는 감염병이다. 감염되면 고열, 혈소판 감소, 피로, 식욕 저하, 구토, 설사, 복통 등 증상이 나타난다. 4~11월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치명률이 무려 10~20%에 이르지만, 예방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제3급 법정 감염병이다. 작은소참진드기 200마리 가운데 한 마리꼴로 SFTS 바이러스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5년(2018~2022년)간 발생한 SFTS 환자는 1090명이다. 이 가운데 사망자가 총 190명에 이른다. 사망률이 거의 20%에 이르는 셈이다. 길고양이로 인해 SFTS에 걸린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작은소참진드기 말고도 위험한 진드기가 있다. 털진드기다. 털진드기는 라임병, 쯔쯔가무시, 야토병을 옮기는 매개체다. 매년 1만여명 이상이 감염돼 10명 정도의 사망자를 발생시킨다.
론스타진드기도 매우 위험하다. 영어식 이름을 지녔지만 한국에 서식하는 진드기다. 이 진드기에 물리면 강제로 채식주의자가 될 수도 있다. 고기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진드기에 물리면 인체는 면역반응을 일으키고 진드기가 혈액이나 피부에 옮긴 알파갈 당을 이물질로 인식해 항체를 만듦으로써 육류 섭취 후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한다.
실제로 한 미국 여성이 론스타진드기에 물린 뒤 햄버거를 먹었다가 죽을 뻔한 일이 2018년 발생했다. 이 여성은 햄버거 한 개를 먹고 수 시간이 지난 후 양손이 붓고 가려운 증상, 입술과 혀가 붓는 증상을 보였다.
한국에서도 론스타진드기에 물린 여성이 육식을 못하는 사례가 발생한 적이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가 2019년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어머니가 주말에 밭일을 하다가 진드기에 물린 뒤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 채식주의자가 됐다”고 밝혔다.
당시 해당 트윗엔 다음과 같은 댓글이 달렸다.
“안녕하세요. 제 어머니도 엊그제 풀밭 돌아다니시고 고기 드셨는데 두드러기가 갑자기 나고 알레르기 반응이 이틀째 지속 중입니다. 평생 알레르기가 전혀 없던 분입니다. 제가 집에서 빨간진드기를 잡아서 긴가민가하고 있는데, 혹시 어머니께서 병원에서 진드기 때문이라고 진단받으셨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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