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약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의 1차 치료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예상보다 다소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심사도 최소 다음 달까지 진행될 전망이다. 당초 환자들은 이달 중 심사가 마무리돼 타그리소 급여 안건이 8월에는 심평원을 통과하기를 고대했었다. 최종적으로 급여가 인정되는 시기는 연말로 예상된다. 최근 유한양행 (59,200원 ▲1,600 +2.78%)에서 폐암 치료제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존 타그리소 처방 환자들은 혜택 대상이 아니기에 더욱 절박한 심정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현재 타그리소의 건강보험 급여 적정성을 평가 중이다. 앞서 유미영 심평원 약제관리실장은 타그리소의 경제성을 평가하기 위한 경제성평가 소위원회가 이달 중 열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타그리소는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에서 개발한 폐암 치료제다.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가 유발한 폐암에 사용하는 표적 항암제다. 3세대 EGFR 표적 항암제 중에서는 ‘계열 내 최고 신약'(Best-in-class)이다.
폐암 환자에게 처음으로 처방할 수 있는 ‘1차 치료제’로 2018년 국내에서 허가됐다. 그러나 아직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아 환자의 약값 부담이 크다. 타그리소 약값은 4주 처방에 약 600만원이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5년째 타그리소 1차 치료의 건강보험 급여 인정에 도전하고 있다.
타그리소는 지난 3월22일 심평원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를 통과했다. 암질심은 항암제 급여 심사의 첫 관문이다. 암질심 통과는 타그리소 급여 도전 5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환자들도 조만간 비싼 약값 부담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암질심 통과 이후에는 심평원의 약제 급여 적정성 평가가 있다. 이 기간이 최대 120일, 약 4개월이다. 이에 환자들은 3월 말 암질심을 통과한 타그리소가 4개월 심사를 거쳐 이달 초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 안건으로 올라오길 바랐다. 7월 중 통과가 어렵다면 적어도 오는 8월 초에는 안건에 올라오길 희망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달 초 열린 약평위에서는 타그리소 급여 적정성 여부가 안건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다음 달에도 타그리소의 약제 급여 적정성 평가는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 평가를 거쳐 위험분담제 소위원회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험분담제 소위원회를 거치면 120일 심사 기간에서 30일이 더 늘어난다.
심평원 관계자는 “제약사가 급여 확대를 전제로 새로운 위험 분담 유형을 제안한 상황으로 위험분담제 소위원회에서 그 적절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장 빠르게 소위원회들을 통과해도 오는 9월 초 열릴 약평위에서나 타그리소가 안건으로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이후 두 달간 건강보험공단과 약가 협상을 거치고, 한 달 뒤 보건복지부의 약가 고시가 올라오면 연말인 12월이 돼서야 타그리소 1차 치료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전망이다.
실제로는 이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 심평원의 급여 적정성 평가 기간 120일(위험분담약제 150일)에는 제약사의 보완 자료 제출 기한 등이 포함되지 않는다. 심평원 관계자는 “소위원회 재심의 여부, 제약사 자료 보완에 소요되는 기간 등으로 인하여 향후 일정은 유동적이다”고 강조했다.
급여 심사가 늦어지면서 환자들의 불만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폐암 4기 환자로서 타그리소를 비급여로 투약 중이라고 밝힌 A씨는 “타그리소 심사 기간이 150일이 다 돼 가는데 심평원에 문의하면 계속 ‘검토 중’이라고만 얘기한다”며 “급여를 기다리다가 돌아가신 환자분도 봤고, 석 달에 1800만원이 드는 약을 혹여라도 다음 달에는 급여가 될지도 모르니 한 달씩만 처방받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 약품인 유한양행의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무상으로 풀린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타그리소 처방 환자들은 더 조급해졌다. 렉라자는 타그리소와 같은 3세대 EGFR 표적 항암제다. 유한양행은 지난 10일 “폐암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대상으로 렉라자가 1차 치료 보험 급여가 될 때까지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은 암과 같은 질환으로 생명이 위험하지만 적절한 약이 없을 때 인도적 차원에서 치료제를 공급하는 제도다.
렉라자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에는 3세대 EGFR 표적 항암제 처방 경험이 없는 신규 환자만 참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그리소를 복용하던 기존 환자는 참여할 수 없다. 타그리소를 먹던 환자가 교차 처방으로 렉라자를 투약하면 ‘환자 유인 행위’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유한양행 설명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