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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카트 17km 밀던 29세 사망…父 “코스트코, 유족이 알아서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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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날씨에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17km를 오가며 쇼핑 카트를 정리하던 29세 노동자가 지난달 19일 온열질환으로 숨진 가운데, 유족은 사측을 향해 분통을 터뜨렸다.

고인 A씨의 아버지 김 모 씨는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아들이 근무 중에 숨졌는데 (본사는) 산재 처리는 유족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나온다”며 사망 3주가 지난 지금까지 사측에서 그 누구도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씨에 따르면 코스트코 하남점에서 근무하던 A씨는 2019년 입사한 뒤 캐셔 업무를 맡다가 지난달 5일부터 주차 담당으로 보직이 바뀌었다. 쇼핑 카트를 정리 및 수거하는 업무를 맡았는데, 사고는 보직 변경 2주 만에 발생한 일이었다.

A씨는 당시 오후 12시부터 실외 주차장에서 매시간 약 200개의 카트를 매장 입구로 밀고 다녔다. 그는 일하던 중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며 주차장 한쪽에서 쉬다가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이날 해당 지역은 낮 최고 기온이 33도에 달하는 등 이틀째 폭염특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A씨가 일하던 주차장은 벽면 전체가 외부로 열려 있는 형태로 햇빛에 노출돼 있었고, 에어컨을 잘 틀지 않았다. 냉풍기 하나 없는 주차장에서 그가 이동한 거리는 17㎞에 달한다.

아버지 김 씨는 “(사측이) 원가절감 차원에서 에어컨도 시간대별로 적게 틀어주고 쉴 만한 공간도 마땅치 않았다”면서 “냉풍기는커녕 순환기 자체도 안 틀어준 걸로 알고 있다”고 열악한 근무 환경을 꼬집었다.

그는 또 “아들이 보통 10시간 동안 26㎞를 걸어 다녔다. 사망 이틀 전엔 26㎞, 전날엔 22㎞를 걸었다”고 말했다. 실제 A씨가 사망 이틀 전 동료에게 보낸 문자에는 10시간 동안 총 “43000보를 걸었다”는 하소연이 있었다.

김 씨는 “휴게시간도 잘 지켜지지 않았다. 3시간마다 15분씩 쉬기로 했는데 생전 아들에 따르면 ‘3시간이 넘어도 5층에 있는 휴식공간까지 왕복으로 9분이 걸려 차라리 주차장 한쪽에 쪼그려 앉아 쉬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사고 전날 A씨가 “내일 병원에 가야겠다”며 어깨·가슴 통증과 함께 호흡 곤란을 호소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씨는 “지병 없이 건강하게 업무를 수행하던 아들이었다”며 “타 지점보다 주차 인원이 6~7명 모자라 과중하게 일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아들을 향해 “주변에서 성실하게 직장에서 맡은 바 임무를 다하던 애였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다. 자랑스럽다”며 “비록 지금은 옆에 없지만, 너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는 해당 사고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두고 조사에 나섰다고 12일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코스트코 하남점을 방문해 폭염 대비 노동자 안전대책 현장 간담회를 하고, 사원 휴게실 등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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