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이라도 주가조작 같은 불공정거래에 가담할 경우 일벌백계로 다스려 패가망신한다는 의식이 심어지도록 하겠다. 부당행위가 오히려 이익이라는 시장의 인식도 강력한 처벌로 반드시 개선하겠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달 22일 한국거래소를 직접 찾아 패가망신을 언급한 것은 ‘주가조작으로 처벌받아도 오히려 이득’이라는 인식이 만연한 현실을 역설적으로 드러낸 장면이었다. 주가조작 과징금을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법안 또한 SG사태 등 최근 잇단 불공정거래 사건과 맞물려 관련자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친다는 비판여론이 치솟으면서 지난달 말 국회를 통과할 수 있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주가조작사범에 대한 미약한 처벌이 여실히 확인된다.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2016~2021년 불공정거래 위반으로 수사기관에 고발·통보한 854명 가운데 457명(53.5%)이 조사만 받고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 주가조작 혐의가 적발돼도 2명 중 1명은 재판도 받지 않았다는 얘기다.
재판에 넘어가 징역형이 선고되더라도 집행유예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2020~2021년 대법원이 불공정거래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사례가 103건 중 50건으로 절반(48.5%)에 달했다.
더 큰 문제는 사건마다 많게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이 제대로 환수되지 않은 채 범죄 피의자 수중에 고스란히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을 지낸 김영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뺏겨봐야 일부에 그치고 실형을 살더라도 1~3년 수준이라는 점이 불공정거래 범죄를 키운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감옥 가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새로운 수법을 동원한 제2, 제3의 주가조작범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2019~2022년 금융위에서 불공정거래로 제재받은 643명 중 149명(23.1%)이 과거에 이미 한 번 이상 금융위로부터 고발·통보 또는 과징금 이상의 제재를 받은 전력자라는 통계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국내법 체계에서 부당이득은 법정형과 연계되 때문에 검찰이 법정에서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범죄수익으로 환수하지 못하고 처벌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주가조작범들이 수천억원씩 돈을 벌어도 제대로 환수가 안 되니 감옥에 갔다가 나와도 또 주가조작을 하지 않겠냐”며 “이번 법 개정에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판례가 쌓이고 추가 논의가 이뤄지만 언젠가 국민적 합의에 도달하는 시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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