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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자처했던 유리 겔러, 사기꾼에서 마술 거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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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라 자처하며 한때 전 세계적 유명세를 구가했던 마술사 유리 겔러(76)가 무려 50년 만에 기성 마술계와 화해했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초능력자라 주장하며 엄청난 부를 긁어모은 유리 겔러는 공황발작과 거식증과 폭식증, 쇼핑중독 등에 시달리다가 1980년대 중반 영국으로 이주했다. 이후 2015년, 겔러는 영국 생활을 정리하고 모국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의 올드 자파 지역에 자신의 수집품들을 모은 박물관을 지었다.

그는 박물관 앞에 놓인 16m 크기의 구부려진 숟가락 모양 조형물을 살펴보는 관광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즉석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하면서 말년을 보내고 있다. 초자연적 능력을 타고났다는 주장에 과거만큼 집착하지 않게 된 그는 자신을 ‘현혹자'(mystifier)라고 부르길 선호하며 젊은 마술사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NYT는 전했다.

한때 별도의 책까지 써내 겔러를 비판했던 호주 마술사 벤 해리스는 지난 5월 ‘겔러처럼 구부려라’는 저서를 출간하고 겔러를 “훌륭하고 매우 독창적인 마술 엔터테이너”라고 평가했다.

초능력자를 빙자해 무고한 이들의 돈을 뜯는 사기꾼들이 창궐했던 20세기 후반과 상황이 달라지면서 기성 마술사들과 다른 새로운 퍼포먼스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의 능력이 재조명받은 결과다.

물론 모든 이가 겔러에 대한 시선을 바꾼 건 아니다. 한때 겔러로부터 수백억원대의 명예훼손 소송을 당하기도 했던 ‘초능력자 사냥꾼’ 제임스 랜디는 3년 전 별세하기 전 자신이 죽으면 화장한 재를 겔러의 눈에 뿌려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랜디는 겔러가 이른바 ‘심령 치료’에 관여하려 하고 있으며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면서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겔러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5살 때 처음 스푼을 구부렸다는 유리 겔러는 성인이 된 뒤 이스라엘 내 극장 등에서 공연을 하다가 1971년 미국으로 갔고, 1973년 BBC 인기 토크쇼에 출연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평상복을 입고 무대에 서고, 분위기 탓을 하며 간혹 숟가락을 구부리지 못하는 것 등은 오히려 겔러를 진짜 초능력자로 보이게 했다. 각종 영화와 게임 등에서 그를 모티브로 삼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낳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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