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135 북한으로 유인 시도, EC-121 정찰기·OH-58 헬기는 격추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북한은 최근 미국 전략정찰기가 여러 차례 동해 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하면서 과거 사례를 들어 격추를 위협했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10일 발표한 담화에서 미군의 RC-135 정찰기와 U-2S 고공전략정찰기, RQ-4B 글로벌호크 고고도 무인정찰기가 동·서해상에서 정찰행위를 했으며 “동해에서는 몇차례나 영공을 수십㎞나 침범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선 동해상에 격추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담보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위협을 가했다.
특히 북한은 1969년 EC-121 해군 전자정찰기와 1994년 주한미군 OH-58 헬기 격추 사건, 2003년 RC-135 정찰기에 대한 북한지역 유인 시도 사건을 거론하며 미국에 대해 “(과거)어떤 위험한 상황에 처했던지를 다시한번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런 언급대로 과거 북·미 간에는 군사적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갔던 공중 적대행위 사례들이 있다.
2003년 3월 북한 전투기들이 동해 공해상에서 대북 정찰비행을 하던 미국 RC-135 정찰기에 접근해 북한지역으로 유인을 시도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RC-135는 북한 동해안에서 241㎞ 떨어진 공해 상공에서 정찰비행을 하던 중 북한 미그-29를 만났다. 미그-29 조종사는 RC-135에 30m까지 접근해 날갯짓하며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가리키는 수신호를 여러 차례 보냈다. 전투기의 날갯짓은 자신의 비행기를 따라오라는 의미이며,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가리키는 것은 하강하라는 국제 공용 수신호다.
미그-29는 RC-135기가 동남쪽으로 급히 선회하자 수신호를 멈추고 벗어났으나, 나중에 80㎞ 후방에서 비행하던 미그-23 2대와 미그-29 1대가 따라붙었다. 이 과정에서 미그-29가 15m까지 접근해 RC-135기 앞을 가로막아 비행하며 화기 지원 레이더를 조준했다.
미그-29는 조준이 빗나가자 애프터 버너(After Burner·재연소 장치)를 점화했고 이에 따라 RC-135 기체가 심하게 흔들리기도 했다.
당시 RC-135 조종사는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이 벌어져 종료되기까지 22분간은 내 생애에서 가장 위태로운 순간이었다”며 “오키나와 가데나기지로 무사히 귀환한 뒤 사흘간은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1969년 4월 청진 동남쪽 공해상에서 정찰 비행을 하던 미 해군 전자정찰기 EC-121기를 북한 미그기가 격추했다.
당시 승무원 31명이 전원 사망했으며,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2개 항공모함 전투단을 동해에 출동시켰고 F-4 전폭기들을 주한미군 기지에 긴급 배치하는 등 북한에 대한 핵 공격까지 검토했으나 보복을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비밀 해제된 문서들에 따르면 당시 닉슨 대통령은 헨리 키신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 북한 요격기 이륙 비행장 공습, 원산항 해상봉쇄, 원산항 기뢰 폭파, 잠수정 발사어뢰를 통한 북한 군함 공격 등 군사적 옵션의 세부 방안을 국방부가 검토해 보고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북 군사적 옵션을 폐기하고, 유사 사태 발생 시 강력한 응징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정찰 활동을 재개했다.
이와 함께 북한은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 타결 두 달 만에 주한미군 OH-58 정찰헬기를 격추했다.
이 헬기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지역을 비행하던 중 강원도 금강군 이포리 상공에서 북한군 휴대용 고사로켓포(북한은 ‘화승총’이라 지칭)에 맞았다. 당시 부조종사 데이비드 하일먼 준위가 사망하고 주조종사 보비 홀 준위는 생포됐다.
홀 준위는 하일먼 준위와 함께 OH-58 헬기를 몰고 지형숙지훈련을 하다가 비행착오로 북한지역으로 넘어갔다. 미국 국방부도 조종사가 착각해 월경했다고 발표했다.
사건 발생 닷새 만에 북·미 양측은 홀 준위 석방에 합의했고 홀 준위와 부조종사 유해가 미군 측에 인계됐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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