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취선 구분’ 방식 가능성 작아져…”분리징수 원칙에 안 맞아”
인쇄·발송비만 연 1천850억 추산…한전, KBS에 추가비용 요구할듯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텔레비전방송수신료(KBS·EBS 방송 수신료) 청구서와 전기요금 청구서를 따로 제작해 발송하는 ‘청구서 별도 발행’ 방식의 분리 징수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9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TV 수신료와 전기요금의 분리 징수가 추진되면서 한국전력은 전기요금 청구서에 절취선을 그어 TV 수신료를 구분해 고지하는 ‘절취선 구분’ 방식과 전기요금 청구서와 별개로 TV 수신료 전용 청구서를 만드는 ‘청구서 별도 발행’ 방식, 2개 안을 검토해왔다.
절취선 구분 방식은 기본적으로 현행 청구서를 활용하는 것으로, 분리 징수에 따른 추가 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어 한때 한전 내에서 유력하게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개정 방송법 시행령이 전기요금과 TV 수신료를 통합 징수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명문화되면서 한전 내에서 ‘절취선 구분 방식은 개정 시행령에 저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별도의 TV 수신료 청구서를 발행하는 방식이 힘을 받는 분위기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전이 개정 시행령에 규정된 분리 징수의 정의가 정확히 법률적으로 어떻게 되는지 따져보고 있다”며 “절취선 구분 방식은 분리 징수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전했다.
청구서 별도 발행 방식을 택하더라도 각각의 청구서를 한 봉투에 넣어 발송할지, 따로 발송할지의 문제가 남는다.
별도로 발송할 경우 한전이 TV 수신료를 징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급증하게 된다.
한전은 TV 수신료 청구서 제작비, 우편 발송비 등 1건당 약 680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따른 연간 추가 비용이 1천8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시스템 구축 및 전산 처리 비용, 전담 관리 인력 인건비 등 기존 TV 수신료 징수 비용 419억원(2021년 기준)까지 더하면 TV 수신료 징수 비용은 연간 최대 2천269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한전은 추산했다.
이르면 이달 중순 개정 시행령이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향후 수신료 징수에 들어가는 비용은 커지고, ‘납부 선택권’을 갖는 시청자들로부터 걷히는 수신료는 적어져 한전은 KBS에 ‘위탁 업무 수행비를 더 달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6일 보도자료에서 “징수 비용은 증가하는 반면 징수 수수료는 더 적게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전이 손해를 보면서 위탁 징수를 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고, 한전과 KBS가 적정 비용 부담 방안 등 계약 사항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한전은 3년 단위 TV 수신료 징수 위탁 계약이 2024년 12월에 끝나면 관련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일본 NHK와 같이 KBS의 독자 수신료 징수 시스템 구축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 12월 계약이 끝나면 한전이 KBS와 징수 위탁 계약을 해지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다”며 “계약이 남은 기간 바뀐 상황에 맞춰 한전과 KBS가 후속 조치 협의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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