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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人사이드]피살 1주기 맞은 日 불운의 ‘최장수 총리’, 아베 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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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8일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길거리 연설 도중 총에 맞아 사망한 날입니다. 사망 1주기를 맞아 일본 언론은 그와 관련된 다양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데요.

아베 전 총리는 일본의 극우화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람입니다. 위안부, 교과서 왜곡 등 역사 부정에 앞서며 우리나라에서 정말로 많은 비판을 받았죠. 한편 일본에서는 역대 최장수 총리로 재임하며 거의 전설처럼 여겨지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아베 전 총리의 일생을 돌아보는 것은 일본 정계의 한 시대를 정리해보는 것이나 마찬가진데요. 오늘은 아베 전 총리의 사망 1주기를 맞아 그의 일생과 사망 이후 일본 정계의 변화 등을 들려드립니다.


명문 금수저 가문…할아버지는 ‘평화주의자’

아베 전 총리를 논할 때는 그의 가문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일본 정계 거물들은 명문가 금수저인 경우가 많습니다. 할아버지 지역구를 아버지가 물려받고, 아버지 지역구를 아들이 물려받는 세습도 빈번하죠. 아베 전 총리도 3대 세습 의원이었습니다. 부친은 과거 자민당 간사장과 외무대신을 지냈고, 차기 수상으로도 하마평이 자자했던 아베 신타로입니다.

아베 신타로는 태평양 전쟁때 A급 전범으로 체포돼 추방을 당했다가 돌아온 인물입니다. 아베 집안 이야기를 할때 ‘전범 집안’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는 바로 부친때문입니다. 신타로는 귀국 이후 61대부터 63대까지 7년 8개월을 총리로 지냈던 기시 노부스케의 사위가 됩니다. 기시 노부스케는 1960년 미군이 일본의 방위 의무를 지는 대신 일본이 미군에 기지를 제공한다는 내용의 미일안보조약을 통과시킨 인물입니다. 외할아버지부터 모두 정치 거물이었던 것인데요.

눈에 띄는 점은 아베 전 총리의 친할아버지인 아베 간 입니다. 이 분은 당시 일본의 군국주의에 맞서 반전과 평화를 외친 사람입니다. 아베 전 총리의 극우 사상을 생각하면 상상이 잘 안가는 인물인데요. 이 분은 일본이 제국주의 노선을 주창하던 시기였던 1942년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도조 히데키를 강력 비판하며 무소속 출마해 당선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심장마비로 51세 나이에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아베 간이 조금 더 오래 살았더라면 아베 전 총리가 극우 대신 다른 길을 갔을 수도 있다는 슬픈 농담이 있기도 합니다. 아베 전 총리가 태어났을 때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아베 신조의 롤모델은 자신의 아버지도 친할아버지도 아닌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입니다.

여하튼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적에는 굉장히 평범하고 얌전했다고 합니다. 아베 집안은 모두 도쿄대 법학과를 졸업했는데, 아베 전 총리는 그 정도로 공부를 잘하지 못해 세이케이 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잠시 유학을 갑니다. 귀국 후 철강 회사인 고베 제강소에서 3년간 근무하다가, 당시 외무대신이었던 아버지의 비서관으로 정계에 발을 들입니다. 잠깐 사회 생활을 체험하고 아버지 밑에 비서관으로 들어가는 것은 흔한 일본 정계 금수저의 정계 데뷔 루트죠. 지금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장남이 총리 비서관으로 들어가 있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역대 최장수 총리 등극은 어떻게 가능했나

1991년 아버지 신타로가 사망하고 그는 1993년 총선에 도전해 중의원으로 당선됩니다. 이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시절 관방장관을 지내고, 2006년 53세 나이로 최연소 일본 총리에 오릅니다. 다만 이때 국민연금 납부 기록 누락 사태 등이 터져 1차 내각은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끝나게 되는데요.

그가 승기를 잡은건 2012년부터 입니다. 당시 아베 전 총리는 자민당 총재로 선출됐는데, 이 당시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죠. 아베는 이 기회를 노려 다시 정권을 되찾아옵니다. 이후 아베의 자민당은 모든 선거에서 이기고 아베는 8년 8개월이라는 역대 최장수 집권을 하게 됩니다.

재집권 당시 일본 경제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 피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엔고 현상, 경기 침체 등으로 굉장한 문제를 떠안고 있었습니다. 이때 아베 전 총리가 꺼내든 경제 카드가 ‘아베노믹스’입니다. 정부 지출을 확대해 돈을 풀고 각종 규제를 풀어 침체된 시장에 돈을 돌게 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초반에는 실제로 경제가 성장해 그의 재임에 큰 영향을 줬습니다.

하지만 외교에서는 우리나라와 척을 지게 되는데요. 아베 전 총리는 국수주의적 민족주의자입니다. 전범국 일본은 평화헌법 9조에 따라 군대를 가질 수 없습니다. 아베 전 총리는 이를 개정해 ‘전쟁 가능 국가’를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과 대치중인 미국의 힘이 필요했죠. 미국과 일본 대 중국의 구도를 만들어 방위력 증강의 명분을 쌓겠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당시 아베 내각은 친미 행보를 걷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와 중국과는 친하게 지내지 못했습니다. 아베 전 총리는 전범 위패가 있는 도쿄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도 나서 우리나라나 중국의 거센 비판을 받았죠. 특히 아베 정권 출범 이후 독도를 일본 영토로 적는 등 역사 교과서 왜곡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2018년에는 강제 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서 보복조치로 우리나라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했습니다. 수출 우대 심사국 목록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빼버린 것인데요.

스트롱맨으로 승승장구하는 듯했지만, 그의 신임도 차차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먼저 아베노믹스로 반짝 나아지는듯했던 경기가 다시 침체에 빠집니다. 그리고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가 터지죠. 당시 정부에서 배포한 천 마스크인 ‘아베노마스크’는 코도 안 가려지는 작은 사이즈에 관리조차 허술해 많은 질타를 받았습니다.

여기에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 등 여러 논란이 터졌고, 옛 통일교와 자민당의 커넥션 의혹도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아베는 일단 2020년 8월 사임을 발표해 자리에 내려오고, 대신 뒤에서 자민당을 움직이기 시작하죠. 지난해 총을 맞은 가두 연설도 선거 지원을 위한 유세 일정이었습니다. 2022년 7월 8일 일본 역대 최장수 총리라는 타이틀의 아베 신조는 연설 도중 사제 총을 맞는 전례 없는 사건으로 생을 마감합니다.

아베 사망 이후 일본

아베 전 총리의 피살 이후, 확실히 일본 정계는 다른 분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그의 그림자가 여전히 깔려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확실히 그립을 잡던 사람이 사라지니 구심점이 와해되는 모양새입니다. 제일 먼저 등장했던 것은 장례식을 세금으로 치러야 하냐는 ‘국장 논란’이었죠. 그에 대한 여론이 마냥 좋지많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지난 4월에는 1993년 중의원 선거부터 아베 전 총리를 후원했던 사조직 아베 후원회가 공식 해산을 선언했습니다. 이들은 지역구 활동부터 시작해 중앙 정치에까지 입김을 미쳤을 정도로 그 영향력이 컸기 때문에 더욱 이들의 활동 종료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아베 전 총리는 슬하에 자녀를 두지 않아 적통 후계자가 없는데요. 요시다 신지라는 새 청년을 후계자로 내세우기는 했지만 아베 전 총리가 빠진 이번 4월 선거에서 야마구치 4구 투표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한 것을 보면 사실상 한 시대가 저물었다는 분석이 큽니다.

사실 아베 신조라는 인물이 일본의 정치, 사회, 외교, 경제 등에 미친 영향은 너무 커서 이렇게 정리하는 것도 굉장히 생략이 많았는데요. 역대 최장수 총리였던만큼 그가 미친 영향은 정말 컸던 것 같습니다. 일본에는 아베를 이어 받을 ‘포스트 아베’가 등장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아베 전 총리 사망 이후 일본이 어느 길로 가게 될 것인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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