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시름…”방류 안됐는데도 수산물 소비 줄고있다”
정부, 수산물 검사 강화…수산업계, 수산물안전·소비촉진 캠페인
(서울=연합뉴스) 차민지 기자 =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평가에 이어 정부가 계획대로 지켜진다면 배출기준과 목표치에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놓은 가운데 수산업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수산업계는 지난 2013년 8월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유출됐다는 사실을 시인한 이후 수산물 소비가 급감하는 홍역을 치렀던 만큼 이번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한국연안어업인중앙연합회 관계자는 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수산물 소비 위축은 거의 확실하다. 어민들도 걱정이 매우 많다”며 “지금은 국민 불안감을 잠재워주는 것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어종, 지역에 따라 현안과 상황이 다르다”며 “정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실질적인 피해 대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홍태 우리 수산물 지키기 운동본부 위원장(굴수하식수협 조합장)은 “오염수가 방류되지 않은 지금도 수산물 소비가 줄어들었다”며 “손님이 없어 장사를 못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최근 조사에서도 비슷한 동향이 감지된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7명에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우리나라 해양과 수산물을 오염시킬지 걱정되느냐’고 물은 결과 전체 응답자의 62%는 ‘매우 걱정된다’고, 16%는 ‘어느 정도 걱정된다’고 각각 답했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 4월 소비자 52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2.4%가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수산물 소비자를 줄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매우 줄일 것’이라는 응답이 61.9%, ‘줄일 것’이라는 응답이 30.5%였다.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한 정확하고 과학적인 정보를 기반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동시에 생산·유통 단계 수산물 방사능 검사 건수를 확대하겠다는 대책을 세운 상태다.
후쿠시마를 포함한 8개 현의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는 유지하고, 그 외 지역에서 수입되는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선 미국이나 유럽보다 10배 이상 엄격하게 적용되는 방사능 검사 기준을 적용한다.
소비 위축에 대비해 정부비축과 민간수매 예산 2천900억원도 편성했다. 이는 연근해어업 생산량의 20% 이상인 최대 23만t까지 수매가 가능한 금액이다.
다만 수산인에 대한 직접 피해 지원 방안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어민이나 수산업자 피해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면의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다만 그 피해가 구체적으로 가시화됐다고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산업계와 수산인들은 우선 수산물의 안정성을 홍보하고 수산물 소비 촉진을 호소하고 있다.
수협중앙회는 지난달 ‘우리 수산물 지키기 운동본부’를 출범, 수산물 안전 캠페인을 추진 중이다.
한국연안어업인중앙연합회는 오는 10일 부산에서 수산물 소비촉진 호소대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는 수산물 소비 위축과 어민 피해에 대한 지원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예정이다.
또 일부 수산인 단체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cha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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