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소재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에서 폐업을 알리는 글을 게재했다./사진제공=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
20년 넘게 아이들을 진료했던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보호자의 악성·허위 민원으로 폐업을 결심했다는 사연이 공개됐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회원 보호 차원에서 민원인에 대한 고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소아청소년과의원을 운영했던 김모 원장은 이날 폐업을 알리는 글을 의원에 게재했다.
김 원장은 “꽃 같은 아이들과 함께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살아온 지난 20여년, 제겐 행운이자 기쁨이었다”며 “하지만 OOO 보호자의 악성·허위 민원으로 인해 2023년 8월5일부로 폐과함을 알린다”고 적었다.
해당 보호자는 다른 병원 치료에서 낫지 않은 4살 아이를 데리고 김 원장의 의원을 찾았다. 피부가 붓고, 고름과 진물이 나오는 피부병이었다. 김 원장은 “2번째 방문에서는 보호자가 많이 좋아졌다고 할 정도로 나아졌다”며 “하지만 보호자는 간호사 서비스 불충분을 운운하며 허위, 악성 민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환자가 아닌 이런 보호자를 위한 의료 행위는 더 이상 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향후 보호자가 아닌 아픈 환자 진료에 더욱 제 진심을 다하기 위해 소아청소년과의원은 폐과하고, (만성) 통증과 내과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의사로 살아가겠다”며 “더 이상 소아청소년 전문의로 활동하지 않아도 될 용기를 준 OOO 보호자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2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 도중 울먹이고 있다. 2023.03.29. |
김 원장과 직접 통화해 사정을 전해 들은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드레싱 재료의 비급여 처방 이후 환자가 불만을 제기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임 회장은 “아이 상처가 심해 집에서도 드레싱을 할 상황이었다. 드레싱 하는 재료들은 비급여라고 원장님이 직접 설명까지 했다”며 “2000원이라 많은 금액도 아니었다. 드레싱을 받고 아이가 많이 좋아진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환자가 비급여를 문제 삼아서 환불을 요구했고, 환불까지 한 상황이었다”며 “그래 놓고 리뷰 평점에 별점 테러를 가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 지역 보건소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또한 “(보호자가) ‘심평원을 통해 의사 괴롭히는 법을 공부했다’는 이런 폭언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해당 의원으로 심평원에서 조사가 나온다는 이야기도 돌았으나 사실이 아니었다. 실제로는 보건소에서 비급여 처리 고지를 제대로 했는지 조사하기 위해 해당 의원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은 “병원 업무 방해와 무고(誣告) 등 의사회에서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회원 보호를 하는 차원에서 가해자에 대해 정식으로 고발하겠다”며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고, 이제는 국회에서 이와 같은 악성 보호자를 합법적으로 거부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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