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김효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5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방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등의 안건을 논의한다. 2023.7.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5일 KBS·EBS의 TV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별도로 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난달 5일 대통령실이 국민 불편 해소를 이유로 분리징수를 권고한 지 한 달 만에 이뤄진 조치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국민이 내린 엄중한 심판”이라며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낸 반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국회 입법권을 침해한 졸속 의결”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방통위는 이날 오전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주재로 전체회의를 열고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 고지와 결합해 수신료를 고지·징수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야권 추천 몫인 김현 상임위원이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여권과 대통령 추천 몫인 김효재 직무대행과 이상인 상임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위원장을 포함해 5인 합의제기구인 방통위는 현재 한상혁 전 위원장이 면직되고 야권이 추천한 후보인 최민희 전 의원 임명안을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하지 않고 있어 2대1로 여권이 우세한 구도다.
공영방송 노영화와 방만경영을 지속 문제 삼아 왔던 여당은 당연한 조치라는 뜻을 밝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인 박성중·김영식·윤두현·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97%가 찬성하는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앞서 대통령실이 국민제안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한 TV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국민참여토론에서 96.5%가 찬성한 것을 들어 조속히 해결할 과제였단 점을 강조한 것이다.
여당 과방위원들은 합리적인 수신료 징수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 의견 등을 받아 어떤 (수신료 징수) 방안이 좋은지 검토해볼만 하다”고 했다. 윤두현 의원은 “영국 BBC도 수신료를 깎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공영방송이 무조건 수신료를 강제징수하는 게 맞느냐 라는 부분은 사회 개혁과 혁신 차원에서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국민의힘 ICT미디어진흥특위도 이날 성명을 통해 “(KBS의) 임직원 60%가 연봉 1억 원이 넘고 억대 연봉자의 73.8%(2053명)가 무보직이라고 한다. 이런 방만경영이 어디 있느냐”라며 “수신료 환불 요청 건수도 2016년 약 1만5000 건에서 2021년 약 4만5000 건으로 크게 늘었다. (수신료 분리 징수는) 문재인 정권 이후 왜곡과 편파를 일삼는 KBS 행태와 방만경영에 대해 국민이 내린 엄중한 심판”이라고 했다.
반면 야당은 수용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치권 합의를 비롯해 충분한 사회적 숙의가 없는 상황에서 졸속으로 이뤄졌단 이유에서다.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 기자회견에서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는 ‘국민 불편 해소’라는 정부 주장과 반대로 불편과 혼란만 가중시킨다”며 “언론장악에 눈먼 정권의 탐욕, 무책임한 정부의 막무가내 행정 탓에 애꿎은 국민만 피해 보게 생겼다”고 했다.
[과천=뉴시스] 김진아 기자 =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간사를 비롯한 위원들이 5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관련 전체회의에 앞서 김효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2023.07.05. |
민주당을 포함해 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등으로 구성된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저지 야4당 공동대책위’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대통령실 지시에 따라 김효재 직무대행 체제의 반쪽 방통위가 공영방송 근간을 허무는 데 앞장섰다”면서 “입법예고 기간 접수된 국민 반대 의견과 관계기관의 반대 및 수정의견을 무시하고 국회 입법권도 침해한 오늘의 졸속 의결은 반드시 후과를 치를 것”이라고 했다.
야당은 이번 조치를 두고 절차적 하자를 문제삼고 있다.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을 종편 재승인 심사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단 이유로 무리하게 면직시키고 야권이 추천한 최민희 전 의원 임명을 미뤄 정부·여당 입맛대로 방통위를 구성해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단 것이다. 또 방통위가 통상적으로 40일 가량 걸리는 입법예고 기간을 사안의 긴급성을 들어 10일로 단축한 것도 졸속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수신료 분리징수가 결정되며 아파트 관리비 징수체계 혼선 등 현장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야당 과방위원들은 “수신료를 분리징수 해도 현행 방송법에 따라 수신료 납부 의무는 그대로 남는다. TV가 있는 가정은 여전히 수신료를 납부해야 하고 미납 시 가산금까지 부과된다”고 했다. 상위법인 방송법이 개정된 게 아니라 수신료 납부 의무 자체가 없어진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장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 중에는 관리비에 난방비, 전기세 등을 모두 포함해 고지하는 경우도 있는데 앞으론 주택관리 주체들이 TV수신료를 분리해 고지해야 한다”면서 “그로 인한 혼란과 혼선은 전혀 준비가 안 되고 있다”고 했다.
여당은 수신료 분리징수는 정치권에서도 오래 전부터 공감대가 형성된 현안이란 입장이다. 여당 과방위원들은 “민주당도 2011년 전기요금과 통합징수되는 현행 수신료 징수체계의 불합리한 점을 인정해 분리징수를 하기로 했다”며 “방통위는 대통령실의 국민참여토론 결과와 법원행정처의 입법단축 승인, 행정안전부의 관보게재 등 모든 절차를 적법하게 처리했다”고 했다. 방통위는 “지금까진 TV수신료 납부의무가 없는 경우에도 전기요금이 합산돼 수신료 징수의 이의신청, 환불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앞으론 시행령 개정에 따라 국민들이 납부의무 여부를 명확히 알고 대처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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