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앞에 잠시 내놓은 남의 이삿짐을 뒤져 태블릿PC 등의 물건을 훔쳐 간 2인조 할머니 절도단의 모습이 포착됐다. 이들은 이삿짐 속 전자기기들의 전선을 자르기도 했다.
3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이사 도중 할머니들로부터 이삿짐을 도난당했다는 사연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 따르면 A씨는 이삿짐센터를 통해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A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1층 현관 옆에 쌓아둔 짐을 할머니들이 뒤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A씨는 “이삿짐 직원분한테 전화가 와서 ‘어떤 할머니가 저희 짐을 건드리고 있다’고 하더라”며 “전화기 너머로 어떤 남성분이 (할머니들에게) ‘그렇게 가져가면 안 된다’고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후 직원들은 할머니가 A씨의 침낭, 삼각대, 옷 등을 가져가려는 것을 막았고 상황은 일단락된듯했다. 그러나 집에 들어가 이삿짐 정리를 하던 A씨는 깜짝 놀랐다. 헤어드라이어, 고데기, 콘센트 등에 달린 전선이 모두 잘려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A씨는 건물 관리인에게 요청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했다.
영상에는 한 할머니가 우편함을 뒤지다가 뭔가를 꺼내 가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유모차를 끄는 다른 할머니가 나타났고 이들은 본격적으로 A씨의 짐을 풀어헤쳤다. 특히 이들은 A씨의 태블릿PC를 가방에 챙겨 넣기도 했다.
먼저 온 할머니는 휴지나 종이컵 등의 생필품을 들고 사라졌고, 이후 등장한 할머니는 가져온 가위로 소형가전과 멀티탭 등의 전선을 싹둑 잘라내 챙겼다.
이 과정에서 이웃 주민이 할머니를 발견하고 “뭐 하시는 거냐”고 묻자, 할머니는 A씨의 짐을 자기 짐이라고 우긴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사건 당일 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3일 오후 담당 형사 배정 문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A씨는 “저도 할머니와 함께 자랐고 노인공경에 대해서도 관대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길가에 폐지 주워가시는 분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아졌다”며 “(할머니들을) 꼭 찾아서 같은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당장 체포해야 한다”, “먹고 살기 힘든 건 알겠다만 이것은 범죄”,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 “너무나도 대범하게 행동해 상습범 아닌지 의심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형법 제329조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다만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돼야 한다. 불법영득의사란 타인의 물건을 자신의 물건처럼 이용하거나 처분할 의사를 의미한다.
단, 2명 이상이 합동해 절도한 경우 특수절도죄가 적용되는데. 이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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