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 도중 급성 심근경색증을 일으킨 20대 남성이 끝내 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병원 후송이 늦어진 점이 아쉽다며 군의 허술한 응급의료체계에 분통을 터뜨렸다.
2일 관계기관과 한겨레 등에 따르면 경남 창원의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받던 A씨(26)가 전날 숨졌다. 지난 5월 15일 김해시 한 예비군훈련장에서 훈련받던 중 ‘어지럽고 가슴이 답답하다’며 통증을 호소하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지 48일 만이다.
사고 당시 A씨는 예비군 동대장의 부축을 받아 의무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다시 쓰러졌고,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이마가 약 5cm가량 찢어졌다. 군은 사격장에 있던 응급구조사를 불러 A씨를 인근 병원으로 옮겨 1차 치료를 했다.
급성 심근경색증과 미만성 폐포 내 출혈 진단을 받은 A씨는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다음날 창원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진 뒤 의식불명 상태에서 수면 치료와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병원 측은 “급성 심근경색에 따른 급성 호흡곤란증후군을 일으켜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빈소는 김해 시민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유족은 A씨가 1차 치료를 받은 병원에서 “병원에 도착했을 때 심장 근육의 절반 이상이 이미 죽은 상태였다. 병원 도착이 너무 늦은 점이 아쉽다”고 들은 것을 토대로 예비군부대의 미숙한 대응에 대해 지적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A씨는 병원으로 후송되기 2시간쯤 전부터 군부대 간부들에게 심한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등 심근경색을 의심할만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군부대에서는 A 씨에게 잠시 쉬라고 했을 뿐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부모는 “아들이 병원에서 치료받던 48일 동안 군부대 쪽에서는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군부대에는 아들의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어떻게 하는지 일단 두고 볼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군부대 측은 “넘어져서 이마를 다친 환자가 발생해서 민간병원에 후송했다고 사단에 보고했다. 심근경색 등 심질환을 의심하거나 판단할 근거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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