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부총리, 인사청문회부터 ‘타 부처 인사교류’ 언급
교육부-대통령실 ‘엇박자’에 정책 신뢰도 우려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문항 배제에 이어 국립대 사무국장 파견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면서 교육부와 대통령실 간의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교육부가 타 부처와의 인사교류를 통해 국립대 사무국장을 파견하기로 한 것은 지난해부터 언론에 계속 보도된 사안이어서 대통령실이 반년 이상 지나 이를 강도높게 질타한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작년 9월 국립대 사무국장 직위를 타 부처 공무원과 민간에 개방하되 교육부 공무원 임용은 배제한다고 발표했다.
직제상 사무국장을 둔 27개 국립대 가운데 개방형으로 사무국장을 공모하는 6곳을 빼고 21곳에 교육부 공무원이 파견돼 왔는데, 이를 타 부처와 민간에 개방해 국립대의 자율성을 강화한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었다.
현행 국립학교 설치령에 따르면 국립대 사무국장은 공무원이 맡게 돼 있다. 하지만 꼭 교육부 공무원이어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
이에 따라 당시 교육부에서 국립대 사무국장으로 파견됐던 16명은 모두 대기발령 조치됐다.
갑작스러운 대기발령에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국립대 사무국장직을 타 부처에 개방하는 대신 해당 부처와의 인사교류를 통해 교육부 인사 적체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당시 후보자 신분이었던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0월 인사청문회에서 국립대 사무국장 대기발령과 관련해 “타 부처와 인사교류 등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적체를 해소하는 것이 시급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교육부는 수요조사를 벌여 타 부처에서 국립대 파견 지망자를 찾고, 여러 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사무국장 인사를 냈다.
특히 일부 국공립대에서는 대학 사정을 잘 모르는 타 부처 공무원이나 민간 출신보다 교육부 출신 사무국장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교육부는 인사교류를 강행했다.
교육부 공무원의 국립대 사무국장 파견을 폐지하는 것이 대통령 지시였기 때문이라는 게 대학가의 해석이었다.
하지만 9개월에 걸친 복잡다단한 인사이동마저 대통령으로부터 타 부처와의 ‘나눠먹기’라는 비판을 받고 원점으로 돌아가자 교육계에서는 교육부와 대통령실 간의 소통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타 부처와의 인사교류를 통해 공석인 국립대 사무국장직을 채워 나간다는 점이 대통령실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거나, 교육부가 대통령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양쪽 모두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됐던 수능 킬러문항 배제 역시 대통령실에서는 3월부터 지시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최상위권에는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정책인데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EBS연계 체감도를 높이겠다고 밝힌 것 외에 교육부는 학생·학부모에게 이렇다 할 메시지를 던진 적이 없다.
결국 수능이 약 150일 남은 시점에서 윤 대통령이 강도 높게 교육부를 질책하고 대입담당 국장과 교육과정평가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학생·학부모들은 혼란을 겪어야 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정책을 둘러싸고 교육부와 대통령실이 ‘온도차’를 드러내는 것이 교육정책 신뢰도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지역의 한 대학교수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내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세세한 정책 집행방식을 지시하는 것이나 이례적인 인사조치를 하는 게 (국민에게) 좋은 인상을 줄 리 없다”며 “정책은 예측 가능성이 중요한데 이런 식으로 정책을 집행하는 방향이 질타받고 단번에 뒤집힐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긴다면 결국 정책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cindy@yna.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