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창고 임차 등 명목으로 교비 펑펑…딸은 학교카드로 백화점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수억원의 교비를 횡령하고 부당한 내부 거래를 해 재판에 넘겨진 서울미술고등학교 설립자 일가가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채희인 판사는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 서울미술고 교장 A씨에게 지난달 27일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학교가 소속된 재단의 이사로 재직한 남편 B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서울미술고의 방과후학교 운영 업무를 총괄했던 딸 C씨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2018년까지 30여년간 교장으로 재직한 A씨는 B씨 소유의 건물 지하 창고를 학교 사료관으로 운영한다며 B씨에게 임차료 명목으로 1억3천여만원을 교비회계에서 지급하는 등 수억원을 횡령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재단이 소유한 건물 1층을 학생들의 학습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며 교비회계에서 공사비와 집기류 구입 비용 6천여만원을 들여 수리한 뒤 해당 공간을 B씨가 운영하는 회사의 사무실로 쓰기도 했다.
또 B씨 회사가 채용한 직원의 근로계약을 학교와 체결하도록 해 급여 2천500여만원을 교비에서 지급했고, 딸 C씨는 학교 명의 신용카드로 마트·백화점 등에서 5천100여만원을 결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등록되지 않은 아들의 영농조합에서 김치 6천여㎏을 제조해 학교 급식으로 납품한 사실도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학문을 연구·교육하는 학교의 지도부로서 그 누구보다도 진실하고 타의 모범이 돼야 함에도 오히려 학교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관련 행정소송의 판결 확정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계속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며 “잘못된 관행에 경종을 울리고 유사 사건을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책임을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002년 서울미술고를 정식 자율학교로 지정했으나 각종 비리가 적발되자 2018년 재지정을 거부한 바 있다. 이에 학교 측은 행정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he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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