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피해자가 재판 과정에서 법정에 나와 진술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진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 인권정책관실(실장 박억수 차장검사)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서 개최한 ‘형사법 아카데미’에서 ‘범죄 피해자 재판절차 진술권 활성화 방안’ 시행 방침을 밝혔다.
검찰은 살인·강도·성범죄 등 중대 범죄를 기소하는 경우 대면·전화·문자메시지 전송 등의 방법으로 반드시 피해자에게 재판절차 진술권의 상세한 내용과 절차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진술 의사를 확인할 계획이다. 아울러 스토킹·인신매매 등 이밖의 범죄 사건과 관련해서도 검사가 재판에서 피해자 진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피해자 의사를 확인하기로 했다.
또 검찰이 사건을 기소할 때 피해자에게 전송하는 문자메시지 피해자 진술권 행사 방법을 기재한다. 현재는 문자메시지에 ‘피의자가 재판에 넘겨졌다’는 정도의 내용만 짧게 담긴다.
검찰은 피해자가 진술 의사가 있을 경우 직접 재판부에 피해자 의견 진술 신청을 할 방침이다. 또 피해자에게 의견 진술서 양식을 제공해 심리·신체·경제·사회관계적 피해상황, 보복에 대한 우려 등을 자세히 써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피해자는 수사 단계에서 진술하지 못한 부분도 진술서에 써낼 수 있으며, 직접 진술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아동·장애인 피해자 등에게는 국선 변호사나 진술조력인이 제공된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증인이 아닌 피해자 신분으로 법정에 출석해 진술할 수 있는 방안을 활성화한다는 것”이라며 “‘위증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증인 선서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부담을 덜고 진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 차폐막을 설치하고, 재판 종료 후 두 사람의 법정 퇴장 시점에 차이를 두는 등 법원과 논의해 필요한 피해자 보호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아카데미에서는 다양한 피해자 보호 확대 방안도 논의됐다. 김혁 부경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보복 범죄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피해자는 자신이 보호받아야 할 필요성을 적극 주장할 수 있는 주체”라며 “가해자 구속 여부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부여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에게 일본의 ‘피해자 참가인’ 수준의 준당사자 지위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본은 살인·성폭력·상해 등 특정 범죄의 피해자나 그 유족이 형사재판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피해자 참가 제도를 2008년 도입했다. 피해자 참가인은 공판기일에 나와 일정 요건 아래 증인 신문, 피고인에 대한 질문 등을 할 수 있다.
송강 대검 기획조정부장(검사장)은 환영사를 통해 “우리 형사절차는 검사와 피고인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구조로, 피해자는 법정의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보는 ‘주변인’으로만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며 “피해자의 권익이 피의자의 인권과 마찬가지로 존중받는 새 패러다임을 만들어갈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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