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
마트에서 참기름과 참치캔 같은 식료품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힌 80대 남성이 6·25 전쟁 참전 용사로 확인됐다. 이런 사연이 지난 23일 보도된 이후 경찰서에는 그를 돕고 싶다는 연락이 잇따랐다.
부산진경찰서는 지난 23일 절도 혐의로 A씨(80대)를 입건했다. 그는 지난 4월 초부터 지난달 초까지 약 한 달 동안 부산 금정구에 있는 마트에서 7차례 8만원 상당의 식료품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참기름과 젓갈, 참치캔 같은 품목이었다.
마트 측은 “물건이 조금씩 없어진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A씨의 집에서 그를 검거했다. 그는 “당장 쓸 수 있는 생활비가 부족해서 물건을 훔쳤다”며 “죄송하다”고 했다. 이가 약해져서 식사할 때 참기름이나 참치 등이 필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그가 6·25전쟁 마지막 해인 1953년 참전했던 국가 유공자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제대 이후 30여년간 선원으로 일하며 가정을 꾸린 그는 자녀들이 독립하고 배우자가 세상을 떠나자 단칸방에서 홀로 지냈다. 매달 받는 참전 유공자 지원금으로 생활했다.
이러한 사연이 알려지자 시민들이 지난 23일부터 경찰과 보훈청 등에 A씨에게 주고 싶다며 죽, 참기름, 참치캔 같은 식료품과 생필품을 건네왔다. 후원하고 싶다는 연락도 잇따랐다.
지난 23일 오후 부산 부산진경찰서에 도착한 편지. /사진=뉴스1(부산진경찰서 제공) |
종이 한 바닥을 가득 채운 편지도 전해졌다. 글쓴이는 사연을 접하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고 했다.
편지에는 “버젓이 자녀들이 있음에도 대단한 금은보화가 아닌 그저 최소한의 생활에 필요한 반찬거리를 훔친 노인분의 소식을 들은 누구든 가슴 한편에 먹먹함을 느꼈을 것”이라며 “거기에 그분이 한국전의 영웅이라는 사실을 접하고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았다”고 썼다.
이어 “우리 사회의 가장 구석진 그늘에서 외롭게 살고 계신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며 “그분들의 땀 위에 사는 우리 후손들이 나설 때”라고 했다. 이 글쓴이는 편지와 함께 생활비를 전달했다.
경찰은 건네받은 물품을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후원 희망자는 부산지방보훈청으로 연결해줬다.
또 A씨 사건에 대해서는 즉결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즉결심판은 20만원 이하 벌금 또는 과료에 해당하는 경범죄 사건에 대해 형사 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는 약식 재판이다. 유죄가 입증돼도 전과가 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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