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의 스마트폰에 비밀번호를 몰래 입력해 과거 교제 상대의 개인정보 등을 파악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하진우 판사는 전자기록등내용탐지 혐의로 기소된 A씨(30)에게 벌금 3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란 유죄는 인정하지만 형의 선고를 미루는 법원의 판단을 뜻한다. 2년이 지나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지만, 유예 기간 동안 자격정지 이상 판결이 확정되면 이를 다시 선고한다.
A씨는 2020년 12월 남자친구였던 B씨의 휴대전화에 몰래 비밀번호를 입력해 그의 전 여자친구의 연락처와 동영상을 열람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비밀 장치한 전자기록인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임의로 비밀번호를 입력해 해당 정보를 알아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유예한다”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전 애인 자료 남아있는 휴대전화 비밀번호 선뜻 알려줬다고 보기 어려워”
앞서 이 사건은 A씨가 휴대전화를 뒤진 사실을 문제 삼은 B씨가 수사기관에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조사 결과 검찰은 A씨가 형법상 비밀침해죄를 범했다고 보고 그를 벌금 3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형법 제316조는 봉해진 편지나 전자기록 등을 기술적 수단을 이용해 풀어 그 내용을 알아내면 3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이는 친고죄이기에 피해 당사자의 고소가 없으면 공소제기를 할 수 없다.
A씨는 검찰의 판단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A씨는 법정에서 복잡한 이성 관계로 깨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B씨가 비밀번호를 알려줘 이를 사용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가 A씨에게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줬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 여자친구의 자료가 남아있는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선뜻 알려준다는 점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B씨가 비밀번호를 알려줬다고 하더라도 그 사용 범위는 ‘통화 목록·카카오톡 메시지 내역’ 등 다른 이성과의 접촉 여부를 불시에 확인할 수 있는 상태로 둔다는 정도의 의미로 한정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A씨가 휴대전화를 뒤져 전 여자친구의 연락처와 동영상을 열람한 것은 B씨 의사에 명백히 반하며 이는 형범상 금지된 ‘기술적 수단을 이용한 정보 취득’으로 봐야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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